정씨가 눈독을 들인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은 기존 주택청약 기능에 높은 금리 등 혜택이 추가된 상품이다. 저소득 청년이 임대보증금이나 내 집 마련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게 국토교통부 지원을 받는다. 지난달 31일 국내 9개 은행을 통해 첫선을 보였다. 그러나 상당수 청년층엔 '그림의 떡'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 소득 3000만원 이하 20대여도
부모 집에 얹혀 살면 자격 안 돼
대학생은 무소득자로 결격 사유
청년 710만 중 4만여 명만 가입
하지만 까다로운 가입 요건이 발목을 잡고 있다. 우선 나이가 만 19세 이상 29세 이하(군 복무 기간만큼 연장)로 한정됐다. 직전 연도에 신고한 소득이 연 300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소득이 없어도 가입할 수 없다. '신고 소득'이 없는 대부분의 일반 대학생은 가입이 불가능한 셈이다. 최대 걸림돌은 '무주택 세대주' 조건이다. 세대주가 되려면 사실상 '독립'이 전제돼야 한다. 결국 전·월세로 살면서 전입신고를 통해 세대 분리를 마친 20대만 가입이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청년은 극히 적다. 통계청에 따르면 만 19~29세 청년은 총 710만여 명이고, 이 중 세대주는 전체의 20%(143만여 명)에 불과하다. 여기다 '소득이 있으면서 연 3000만원 이하 무주택'을 충족하는 청년은 더 줄어든다.
실적은 어떨까. 국토부에 따르면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가입자가 지난 17일 현재 4만여 명이다. 아직 정부가 잡은 잠재 수요자(75만명)의 10분의 1에 훨씬 못 미친다. 은행 지점마다 차이가 있지만, 가입 건수가 총 1~2건에 불과한 곳도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장 가입을 신청하려는 고객은 많지만, 대부분 헛걸음하고 돌아가기 일쑤"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출시 첫 달에 고객이 가장 몰리는 점을 고려하면 가입자가 많은 편이 아니다, 대상자가 별로 없어 고객을 확장할 여지도 적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독립할 여력이 안 되는 청년을 위해 무주택 세대주 요건에 '세대원'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가입 요건을 완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황윤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직장 등 사유로 독립했는데, 소득이 적어 주거비가 부담스러운 청년을 지원하는 게 정책 목적"이라며 "한정된 주택도시기금 재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반기 세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만 34세 이하도 가입할 수 있게 되지만, 그 외 가입 요건 완화에 관해선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