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한 재정 지출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는 2010년 4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을 시작으로 구제금융 체제에 들어갔다. 세 차례에 걸쳐 국제채권단으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2890억 유로(약 370조원)를 조달해 나라 살림을 꾸려왔다.
청년 실업률 40%에 달해
일자리 찾아 해외로 탈출
케빈 페더스턴 런던경제대 교수는 “긴축 기간을 견디며 그렉시트(그리스의 EU 탈퇴)를 피했을 뿐 아니라 고통스러운 조건을 버텨낸 그리스가 유로존을 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리스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분의 3이 국가가 잘못된 길로 향하고 있다고 답했다. 구제금융이 그리스를 구하기보다 국가에 해를 끼쳤다고 생각했다.
연금 생활자인 요르고스 바겔라코스는 “매일 아침 어떻게 생활고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걱정하며 눈을 뜬다. 구제금융 체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구제금융 이전에 1250유로(약 160만원)의 연금을 받았으나 10여 차례 연금이 깎이면서 지금은 685유로(약 87만원)로 아내와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그리스는 이민으로 40만 명이 넘는 약 4%의 국민을 잃었다. 일자리가 부족해 젊은 층이 해외로 탈출하면서다. 그리스의 실업률은 2013년 27.5%에 달했고 특히 25세 이하 실업률은 58%나 됐다. 실업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지난해에도 젊은 층 10명 중 4명이 실업 상태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