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원의 부동산 노트]입주 급증하는데 집값 더 뛰어...거꾸로 가는 서울 주택 수급

중앙일보

입력 2018.08.20 00:34

수정 2018.08.20 06:51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정부는 서울 주택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징아지만 집값은 더 오르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 느끼는 수요와 공급이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서울의 주택 수급은 양호하다.” (8월 8일 국토부 ‘서울 주택공급 보도 관련’ 보도참고자료)
 
지난해 8·2부동산대책 1년이 지나도록 여전한 서울 집값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수급 문제가 꼽히는 데 대한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 "서울 주택수급 양호"
최근 입주물량은 크게 늘어
서울 아파트 적고 낡아
자가 보유·점유율 낮아
외지인 수요도 상당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체감 주택공급은 부족
"재고→거래시장 물꼬 터야"

서울뿐 아니라 서울 수요를 분산해 흡수할 수 있는 서울 인근 지역(과밀억제권역)의 입주물량이 많이 늘어나는 반면 집이 필요한 일반가구 수 증가세는 주춤해졌다는 이유다.  
 
국토부는 새로 준공한 주택에서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멸실돼 없어진 집을 뺀 순증 물량이 넉넉하다고 밝혔다. 2016년 서울 순증 물량이 5만2000가구로 2012~15년 연평균 4만9700가구보다 2000여가구 더 많다. 과천·성남·하남·고양 등 과밀억제권역에서는 2012~15년 연평균(4만3000여가구)의 두 배가 넘는 8만7000여가구가 2016년 입주했다. 
 

주택 수요 지표의 하나인 일반가구 수는 2016년 200가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료: 국토부

자료: 한국감정원

국토부는 지난해 8·2대책 발표 때 2016년 기준 96.3%인 주택보급률(일반가구 수 대비 주택 수)이 지난해 97.8%로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1년 만에 1.5%포인트나 높아질 수 있는 근거로 최근 10년 연평균 입주물량(6만2000가구)을 훨씬 웃도는 7만5000가구(실제 7만가구)가 들어설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정부 분석대로 서울 주택 입주물량은 순항하고 있다. 정부가 세운 2차 장기주택종합계획(2013~22년) 상의 연평균 서울 신규 주택 수요(연평균 7만가구 내외)보다 많은 7만2000가구가 2013~17년 들어섰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주택 입주예정 물량은 더 많다. 아파트가 연평균 3만8000여가구다. 2013~17년 연평균(2만7000여가구)의 1.4배다. 단독주택 등을 합친 전체 주택 입주물량은 연평균 8만~9만가구로 업계는 예상한다. 2020년 말에는 서울 주택보급률 100%를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런데 이런 입주 급증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되레 더 올랐다. 2016~17년 2년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15만여가구가 입주했지만 올해 들어 7월까지 서울 집값은 1~7월 누적 변동률 기준으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3.47% 뛰었다. 
 
주택 수급과 집값이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주택 수급은 '양'이 아니라 ‘질’로 따져야 한다. 실제 시장에서 일어나는 수요와 공급간 관계다.  
 
서울 주택 수요에는 일반가구 수와 멸실주택 수 외에 잠재적인 수요가 많다. 공급도 주택 수 증가분이 아니라 시장에 나오는 물량으로 재야한다. 
 
내 집을 갖고 있거나 내 집에서 사는 가구 비율을 보면 서울이 전국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지난해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자가 보유율이 48.3%(전국 61.1%)이고 자가점유율은 42.9%(전국 57.7%)다. 내 집을 가지려는 무주택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시장이 가장 선호하는 주택인 아파트의 질이 떨어진다. 2016년 기준으로 서울 일반가구 수 대비 아파트 비율이 43.4%로 전국 평균(51.8%)f보다 낮다. 아파트 중 지은 지 5년 이하(9.1%)는 전국(12.9%)보다 적고 30년 이상된 낡은 아파트(11.3%)는 전국(5.9%)보다 훨씬 많다.  
 
외지인 주택 수요 최대 2만가구 
 
서울 주택수요의 복병이 다른 지역 수요다. 서울 집값이 많이 오르면 외지인 주택 매수가 많이 늘어난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 9만1000여 가구 중 20%인 1만8000여가구가 서울 이외 지역에 팔렸다. 주택경기가 좋지 않던 2010년대 초반엔 외지인 비율이 16% 정도였다. 2010년대 들어 최대일 때와 최소일 때 외지인 수요 차이가 200만가구 정도다. 
 

들쭉날쭉하는 멸실 주택 수도 변수다. 한해 멸실 주택 수가 2010년엔 1만2000여가구였다가 2011~15년 2만~2만5000가구를 유지하다 2016년 4만2000여가구로 급증했다. 지난해 멸실된 서울 주거용 건물 동수와 연면적이 2016년보다 많아 멸실 주택 수도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가구도 2016년을 제외하곤 2011~15년엔 연평균 2만7000가구 정도 늘었다. 
 

자료: 한국감정원

하지만 일반가구 수 대비 주택 수가 아직 모자란 데다 피부로 느끼는 공급량은 훨씬 더 적다. 주택보급률이 105% 이상은 돼야 주택 수급에 숨 쉴 여유가 생긴다. 
 
여기다 있는 집도 '동맥경화'에 걸렸다. 서울 재고주택 물량이 거래시장으로 들어오는 문턱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8·2대책 후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조합원 명의변경 금지로 조합설립 이후 단계의 재건축 단지를 팔 수 없다. 조정대상지역이어서 지난 4월부터 양도세 중과가 시행돼 다주택자 매물이 끊겼다. 깃 입주한 아파트에서도 양도세 부담 등으로 매물이 드물다. 입주물량이 시장 공급량과 비례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집값 오름세 덕에 늘어난 입주물량에 만족하기 보다 재고 주택을 시장으로 유통시키는 물꼬를 터는 게 중요하다. 
 
2020년 이후 입주물량도 걱정스럽다. 특히 강남4구 준공물량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재건축 사업이 각종 규제로 부진하다.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8만여 가구에 달하던 서울 전체 주택 건설인허가실적도 올해 상반기 2만7000여 가구로 뚝 떨어졌다. 주택 건설인허가실적은 인허가받은 물량이 착공을 거쳐 준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래 주택 입주물량의 선행지표다.  
안장원 기자 ahnjw@ahnj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