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고향방문단으로 시작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건 이번 포함, 21차례다. 직접 상봉한 가족 수는 지난 5월 말 기준 4186가족(1만9930명)뿐이다. 상봉을 신청한 실향민 13만2603명 중 7만5544명이 한을 안은 채 세상을 떠났다. 생존 5만7059명의 62%가 80대 고령으로, 매년 4000여 명이 세상을 떠난다. 어쩌다 이뤄지는 행사에 남북 각 100명 정도 선발하는 식이니 300년 지나도 상봉을 다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당첨된 이들에겐 ‘상봉 로또’요, 생존자들에겐 ‘희망고문’인 셈이다.
‘판문점 선언’의 약속대로 이번 행사가 이뤄진 건 다행이지만, 이제는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이산가족이 더 이상 남북 협상의 카드가 돼서도, 남북 화해의 상징인 양 이벤트로 그쳐서도 곤란하다. 인륜과 인권의 문제라서 그렇다. 지구 끝, 생면부지의 사람과도 스마트폰으로 화상통화할 수 있는 21세기 IT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코미디이자 비극 아닌가. 그 비극을 멈춰야 한다. 생사와 주소를 확인하고 서신이나 전화, 화상으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봉의 정례화, 상설면회소 설치도 절실한 문제다. 북한의 ‘정상국가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이설주를 데리고 해외 방문을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인륜의 문제를 대남 협상의 카드에서 제외하고 이산가족 상봉에 적극 나서는 게 정상국가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