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씨는 “지금 생각해 보니 배달 앱은 ‘독이 든 성배’였다”며 “오픈 후 1년 동안 딱 하루 쉬면서 정신없이 일했지만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한 달 광고·수수료 500만원 떼면
하루 주문 100건 넘어도 헛장사
배달 앱 빅3 통한 주문액 작년 5조
1위업체 매출 2배, 영업익 9배 늘어
이런 배달 앱의 성장은 분명 외식업의 규모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특히 프랜차이즈가 아닌 독립 브랜드를 운영하는 영세 음식점은 배달 앱 광고만으로 주문액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문씨는 “부평 1·4·5동의 경우 지난해 7월 동별로 40만~50만원이면 슈퍼리스트 광고를 잡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가격이 두세 배 뛰었다”며 “매출이 떨어질까 봐 무서워 매달 입찰 금액을 올려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년 전 인천에 삼겹살 배달 전문점을 낸 정모(25) 점장은 “슈퍼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 매출은 오른다. 그래서 새로 오픈한 가게는 과다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뛰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1년 새 가격이 너무 올랐다. 배민은 직전 달에 낙찰받은 각 동 1, 2, 3위의 평균 가격을 공개하는데, 그래서 그 가격이 최소 입찰가격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결국 최소 가격을 정한 뒤 최종 낙찰가는 경쟁을 통해 결정하는 방식을 적용하면서 낙찰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정씨는 또 “슈퍼리스트가 알려지면서 그만한 가치가 없는 지역도 덩달아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정 점장은 “배달 음식점 시장 규모를 키운 건 인정하지만 상생은 아니다”고 말했다.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온라인공정위원장은 “배달의민족 등 배달 앱이 광고 등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인 이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베팅식 광고를 통해 날로 올라가는 온라인 광고 수수료를 제어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고비가 과다하다는 지적에 대해 배민은 슈퍼리스트의 ‘광고 낙찰제’가 오히려 참여자 간의 무한경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성호경 배달의민족 홍보팀장은 “실시간으로 호가가 결정되는 일반적인 입찰 방식에 비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슈퍼리스트를 이용하는 업주는 광고비를 투자하더라도 좀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자 하는 이들로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성 팀장은 또 “지난달 전국의 음식점 업주가 지불한 광고비는 월평균 26만원으로 지난해 7월(월 22만원)보다 18% 올랐으며, 같은 기간 평균 매출은 530만원에서 640만원으로 20% 올랐다”고 덧붙였다.
배민은 “주문 중개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자 2015년 수수료를 폐지하면서 슈퍼리스트 광고를 도입했고, 요기요 등은 아직 중개수수료(12.5%)와 결제수수료(3%)를 받고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