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납치 살인사건을 재구성하고 가족과 주변인들의 증언, 전문가 분석을 바탕으로 남겨진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범인은 폭력전과 있는 면식범
이호 전북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허양의 경우 작은 망치나 파이프와 같은 단단하고 휴대가 가능한 흉기에 맞아 사망했다”며 “할아버지는 흉기를 사용하지 않고 주먹에 맞았다. 손녀의 범행도구와 서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범죄 심리전문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목격자인 손녀가 범인의 신분을 알 경우 손녀를 그냥 둘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할아버지를 혼내주려는 목적이었으나 이를 손녀에게 들키자 범인이 허양을 납치한 것이라고 봤다.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손녀를 노리고 들어온 것이 아닌데도 짧은 순간에 공격성이 굉장히 상승한 정도의 사람이라면 과거 사람을 대상으로 폭력성을 표출한 적 있을 것”이라며 허양을 살해한 범인이 매우 충동적이며 공격성이 강하고 몇 차례 폭력전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할아버지의 ‘그 여자’
안재경 당시 대구 달성경찰서 수사과장은 “허씨가 처음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손녀 데려갔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경찰은 관여하지 말라’고 진술했다”며 “그다음에는 ‘고령인 내가 아는 사람이 데리고 갔다. 옛날에 생선 장수할 때 아는 사람이다’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무슨 이야기 했나 기억이 안 난다’고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손녀들을 끔찍하게 아꼈다는 할아버지가 손녀를 살해한 범인이 누군지를 끝끝내 말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전문가는 “상대방이 그래도 할아버지가 감싸주고 싶은 굉장히 가까운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제작진은 수사기록 중 ‘그 여자’에 주목했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사건 발생 하루 뒤 할아버지 허씨는 가족들에게 “‘그 여자’에게 사과하면 아이를 줄 거다”라고 말했다.
‘그 여자’로 지목된 읍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박 사장은 그러나 “나에게 불똥이 튀었다. 나는 들을 말도 없고 할 말도 없다. 나도 피해자”라며 허씨가 식당의 배달 일을 도와준 인연일 뿐 사건과는 무관하다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해결 실마리, 머리카락 한 가닥
미궁에 빠진 사건이지만 모발 1점이라는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남아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는 “피해자의 신체에서 피해자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모발 1점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며 “저희가 확보한 유전자형과 경찰의 수사를 통해 ‘이 사람이 범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더해진다면 해결되지 않은 이 사건도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