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엔 이 상을 제정한 원곡의 유작 2점을 비롯해 제1회 수상자인 신두영 작가에서부터 올해 제40회 수상자인 강대희 작가까지 총 40인 작가의 작품이 나왔다. 작고한 일부 작가를 제외하고 모두 신작을 내놓은 것이 특징이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19일까지
원곡서예상 40주년 수상작가전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작품은 제1회 수상자인 한글 서예가 신두영 작가의 글씨다. 신 작가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옛 글씨체를 토대로 현대적인 재해석을 담은 작업을 해왔다. 제2회 수상자이자 호남대 명예교수, 목인미술관 설립자인 전종주 작가는 회화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붓의 운용 기법과 효과에 대한 실험을 멈추지 않고, 서예의 현대화를 이끌어온 작가의 의지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제19회 수상자인 허회태 작가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시에 '南江秋夜千峰月(남강추야천봉월) 北里春風萬樹花(북리춘풍만수화)'라는 글씨를 내놓았다. '남쪽 강 가을밤에 천 봉우리에 달이 돋고, 북쪽마을 봄바람에 일만 꽃이 피네'라는 뜻. "진정한 예술이라면 전 세계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허 작가는 서예 기법에 감성을 담아 사물을 표현하는 잡업을 통해 현대미술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제4회 수상자이자 원곡의 직계 제자인 김영기 작가는 굵고 힘찬 붓놀림으로 '비로봉'(毘盧峰)이란 작품을 선보였다. 마치 산맥처럼 사선으로 힘차게 뻗어내린 모양으로 산 형상을 묘사한 봉(峰)자가 눈에 띈다. 전통의 맥락 위에서 파격을 서슴지 않는 작가의 기상과 실험 정신이 돋보인다.
KBS 드라마 '용의 눈물'의 타이틀 글씨체로 유명한 이일구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형 수묵화를 내놨다. 물가에서 놀고 있는 두 마리 새의 배경으로 고층 아파트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이동국 큐레이터는 "전형적인 문인화풍이지만 현대 풍경을 담고 있다"며 "작가가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문인화를 통해 우리 시대를 어떻게 드러낼지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성재 원곡문화재단 이사장은 "원곡상 수상자 전시회는 작가들에게도 매우 소중한 의미가 있지만 우리나라 서예발전에도 크게 기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원곡상은 앞으로도 한국서예의 이론과 창작을 이끄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원곡문화재단은 2005년부터 중견 작가들에게도 길을 열기 위해 원곡서예상을 원곡서예문화상으로 명칭을 바꿨으며, 2010년부터 원곡서예학술상도 수여하고 있다. 최근 제40회 원곡서예문화상 수상자로 강대희 한국서가협회 이사장, 제9회 원곡서예학술상 수상자로 이필숙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를 선정했으며, 14일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서예학술세미나(오후 2시)와 시상식(오후 4시)를 연다. 전시는 19일까지.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