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관객이 연간 2억 명대로 정체되고, 한국영화는 늘 나오던 이야기만 나온다고 욕먹던 상황에서 웹툰을 보니 상상의 한계가 없더군요. 김준구(네이버웹툰) 대표와 이 회사를 얘기하며 좋았던 게 어떤 틀을 규정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재밌는 시도를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 출범한 ‘스튜디오N’ 권미경(46) 대표의 말이다. 스튜디오N은 네이버웹툰이 설립한 웹툰 전문 IP(지식재산권) 브릿지 컴퍼니. 원작 웹툰이 성공적으로 영화‧드라마화 되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회사로, 자본금 전액을 네이버웹툰이 출자했다. 네이버로선 최근 동영상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인터넷 환경에 발맞춘 콘텐트 투자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웹툰 IP를 활용한 드라마·영화 등의 확산이 영상 콘텐트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올해 초 600억원에 이어 지난 6월 말 1500억원을 네이버웹툰에 출자했다.
권미경 대표는 올해초까지 CJ E&M 한국영화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역대 극장가 흥행 1위 ‘명량’(2014)부터 ‘국제시장’(2015) ‘베테랑’(2015) ‘아가씨’(2016) 등 여러 히트작의 투자‧배급‧마케팅을 총괄해온 실력자. 9일 서울 을지로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어제(8일) 법인을 설립하고 창업 고사를 지냈다”며 “혼자 다 먹겠단 회사면 안 왔을 것 같다. 기존 영화‧드라마 제작사와 협업하는 새로운 상생 모델과 성공사례를 만들어 글로벌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튜디오N은 최근 한국영화계에 새로 유입된 여러 자본 중에서도 검증된 IP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드라진다. 국내 최대 웹툰 기업의 영화 진출이 오랫동안 지적돼온 한국영화의 소재 고갈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새로 출범한 '스튜디오N' 권미경 대표
네이버웹툰이 설립, 웹툰 영화화 주도
"젊은 콘텐트, 중장년 좋아할 소재 많아
제작사와 원작 사이에서 다리 역할 할 것"
- 네이버웹툰이 영화에 뛰어든단 소식이 알려지고 한 달 남짓 만에 법인이 만들어졌다.
- 영화시장이 정체를 맞은 가운데 새롭게 출사표를 냈는데.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
- 제작 규모는.
- 웹툰 팬의 큰 관심사는 어떤 작품을 영화·드라마로 만날 수 있느냐다. 현재 주목하는 웹툰이라면.
-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처럼 여러 웹툰의 세계관이 섞일 수도 있을까.
권미경 대표는 이전까진 판권이 팔리고도 개발이 제대로 안 되거나, 판권료를 속여 되파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이 직접 스튜디오N을 출범하고 웹툰 영상화에 나선 건 잘못된 관행을 없애는 한편 “웹툰의 생명력을 강화하고 원작자들이 지속적으로 작품 창작에 몰입해”(김준구 대표) 양질의 콘텐트를 생산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콘텐트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겠단 것이다.
권 대표는 원작 웹툰에 맞는 다양한 규모, 그 중에도 투자 안전성이 높은 200~400만 관객 규모의 중간 사이즈 작품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수상한 그녀’(2014) ‘베테랑’처럼 제작비로 중간 사이즈 영화가 800만, 1000만 관객이 든다는 게 ‘로또’에 가까운 확률이지만 그런 흥행사례가 나오려면 타율적으로 많이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 1편에 이어 2편도 흥행돌풍을 일으킨 ‘신과함께’ 같은 블록버스터도 나오나.
- 네이버웹툰은 미국‧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 등에도 서비스되고 있다. 해외 영화사와 직접 협업하거나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할 수도 있지 않나.
- 네이버 포털사이트와 연계한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 구축 가능성도 있나.
권미경 대표는 이력이 독특하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광고 회사. 이후 CJ 엔터테인먼트에서 영화 마케팅을 시작했다. 월트디즈니코리아 이사로 자리를 옮겨 ‘아이언맨’ ‘어벤져스’ 등 마블 히어로 영화를 성공적으로 개봉했고, 다시 CJ로 돌아가 여성 마케터 출신으론 최초로 한국영화를 총괄하는 임원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CJ에서 연간 10편 넘는 한국영화를 해오며 누구보다 탄탄한 네트워크를 쌓아왔다”고 자부했다. 또 “투자‧배급사에선 남이 차려준 밥상에 앉아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부분들이 답답했다”면서 “계속 안주할 순 없다는 생각에 올해 초 순수하게 쉬려는 마음으로 회사를 나왔는데 우연찮게 연이 닿아 ‘내가 차리는 밥상’ 쪽으로 오게 됐다. 다른 투자사 오퍼도 있었지만, 한국영화산업이 활성화하는 데 제 능력이 일조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스튜디오N에) 오게 됐다”고 했다.
- 상생을 거듭 강조하는데.
- 한국의 마블스튜디오로 거듭날 수 있을까.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