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들의 영원한 후원자, 문학평론가 황현산씨 별세

중앙일보

입력 2018.08.08 10:04

수정 2018.08.0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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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지난 2월 건강상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서 물러난 황현산 문학평론가, 고려대 명예교수가 8일 오전 4시 지병으로 별세했다. 73세.
 
해방둥이인 고인은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토종 불문학자였다. 고려대 불문과에서 기욤 아폴리네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학평론가 김현의 눈에 들어 40대 중반의 나이에 문학평론에 입문했으나 정확한 시 비평과 특유의 미문(美文)으로 사랑받았다. 
 
특히 시의 뿌리까지 거슬러 올라가 발생과정을 밝힌다고 평가받은 고인의 평론은 소통에 목마른 젊은 시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최정례·이경림·이수명·황병승·김이듬 등 읽기 쉽지 않은 많은 시인들이 고인의 평문에 의해 발굴되고 그 세계가 소명됐다. 영원한 시 애호가, 젊은 시인들의 후원자였다.
 
고인은 문학번역에도 심혈을 기울여 현대시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상징주의·초현실주의 문학작품을 정열적으로 번역했다. 『악의 꽃』『초현실주의 선언』『아뽈리네르』 등이 그의 손에 의해 아름다운 우리말로 태어났다. 


말년에는 주로 트위터를 통해 광범위한 젊은층과 소통을 시도했다. 팔로워가 40만 명을 넘었고, 그런 인기에 힘입어 2013년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가 문학평론가의 산문집으로는 이례적으로 5만 부가 팔리기도 했다. 
 
지난해 말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문학 울타리 바깥으로 보폭을 넓혔으나 병마의 벽을 넘지 못했다. 
 
페이스북 등 SNS에는 고인의 타계를 아쉬워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를 만든 출판사 난다의 김민정 시인은 "안녕? 선생님. 와줘서 나는 좋았어요. 와줘서 나는 행복했어요. 좀만 거기 있어요. 좀만 여기 있다 갈게요. 곧 만나요. 선생님 안녕!"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영광 시인은 페이스북에 고인을 애도하는 '오래된 그늘'이라는 시를 올렸다. 
 
팔봉비평문학상·대산문학상·아름다운작가상 등을 받았다.
 
빈소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장례식장 205호, 9일(목)은 301호. 발인은 8월 10일 오전 10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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