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9000년 전 그물추, 강원도 정선 동굴서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2018.08.07 16:08

수정 2018.08.0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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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에서 매둔 동굴 구석기 시대 퇴적층 3층에서 출토된 그물추. [사진 연세대박물관]

매둔 동굴 구석기 퇴적층 1층에서 출토된 그물추. [사진 연세대박물관]

 
강원도 정선 매둔 동굴에서 2만9000년 전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물추가 발견됐다.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던 후기 구석기시대(약 4만년 전~1만년 전) 사람들이 그물을 들고 어로 활동을 했음을 보여주는 유물로 주목된다. 조사단은 1차 발굴 조사에서 퇴적층에서 수습한 나무숯 조각의 방사성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약 2만9000년 전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이 연대에 근거한다면 매둔 동굴 유적에서 발견된 그물추는 인류의 물고기잡이 역사에서 시기적으로 가장 이른 유물로 기록될 전망이다.
 

강원도 정선 매둔 동굴유적 전경. [사진 연세대박물관]

매둔 동굴 발굴조사 현장. 구석기 시대 형성된 지층이 보인다. [사진 연세대박물관]

 연세대박물관(관장 한창균)은 지난 6월부터 약 40일에 걸쳐 강원도 정선군 남면 낙동리에 자리한 석회암 동굴을 조사했으며, 4개 층으로 나뉜 구석기시대 문화층(특정 시대 문화 양상을 보여주는 지층)에서 그물추(어망추) 14점을 찾았다고 7일 밝혔다. 
  
 그물추는 그물 끝에 매달아 쓰던 도구로 어로생활과 관련이 있는 유물이기 때문에 주로 강가나 해안의 유적에서 많이 발견돼왔다. 
 
 현재까지 가장 오래된 그물로는 핀란드와 러시아의 접경지대에서 발견된 버드나무 속껍질로 만든 중석기 시대의 안트레아 그물(약 9000여 년전)이 있다. 일본 후쿠이현의 토리하마 조개더미(폐총)에서 발견된 약 1만년 전의 그물추, 청주 사천동 재너머들 유적에서 출토된 약 1만년 전의 그물추 등이 있다.


조사단이 그물을 만드는 데 쓰인 식물 종류를 추정해보며 직접 만들어본 그물추에 추노방덩굴 껍질로 엮은 노끈을 묶은 모습. [사진 연세대박물관]

 조사단이 발굴 조사를 벌인 동굴은 1층부터 4층까지 형성된 구석기 시대 퇴적층으로, 그물추는 1층에서 3점, 2층에서 1점, 3층에서 10점이 발견됐다. 그물추는 대부분 석회암으로 된 작은 자갈돌을 이용해, 모루망치떼기(모룻돌에 작은 자갈돌을 올려놓고 그 자갈돌 윗부분을 망치로 떼려내는 수법)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3층에서 발견된 그물추는 새의 주둥이처럼 끝을 뾰족하게 한 부릿날 석기 등이 함께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는 그물추뿐만 아니라 사슴, 노루, 사향노루, 산양 곰 등의 대형 동물 화석과 갈밭쥐, 비단털쥐, 박쥐 등의 동물 화석도 발견됐다. 또 참마자, 피라미 등으로 보이는 작은 물고기 등뼈와 새 뼈 등의 화석도 출토됐다.
 
 한창균 연세대박물관장은 "앞으로 좀더 많은 자료를 축적해 연대 측정·분석을 보완해야 한다"며 "인류사에서 그물을 이용한 물고기잡이가 언제 시작돼 어떻게 주변으로 확산했는지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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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