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 규제’가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가 외국 기업이 뛰어놀 공간만 넓혀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경제민주화’에 역점을 기울이면서 이런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 규제는 중기 적합업종 지정을 넘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으로 강화됐다. 기업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던 초과이익공유제는 ‘협력이익공유제’로 이름을 바꿔 다시 추진되고 있다.
국내 업체만 동영상 콘텐트 규제
유튜브가 광고시장 41% 장악
대기업 떠난 자리 중국산이 점령
‘LED 조명 잔혹사’ 반복될 수도
‘유튜브 독주’로 굳어진 동영상 콘텐트 시장에서도 규제 역차별이 판도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네이버·엠군·판도라TV 등 국내 업체 이용자들은 2009년 시행된 ‘제한적 본인 확인제’에 따라 실명으로만 동영상 콘텐트를 올려야만 했다. 그러자 방송·영화 속 영상을 편집해 실명으로 올렸다가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될 것을 우려한 이용자들이 유튜브로 대거 이동했다. 본인 확인제는 2012년 폐지됐지만 이미 유튜브가 동영상 광고시장을 41% 장악한 뒤였다.
곽대현 네이버 수석 부장은 “동영상 콘텐트 시장은 과거부터 축적된 콘텐트가 많을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한번 메인 플랫폼에 고객을 빼앗기고 나면 다시 고객 발길을 되돌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에는 규제가 너무 많기도 하지만 이 규제를 해외 기업에 적용하기에는 사법적 역량이 국경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역차별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ICT전략연구실장은 “국내에 새로운 IT 융합 산업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해 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도년·윤정민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