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로봇’ 위협, 현실로 다가와
미국 ‘빅 독’은 미군과 합동훈련
얼굴 알아보는 AI 로봇도 눈앞
베네수엘라선 대통령 암살 시도
실제로 이 회사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빅 독은 미군의 합동 훈련에 짐꾼 로봇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로봇 기술에 더해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AI)이 더해지면서 육·해·공 전투 무기의 무인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보잉사는 개발하고 있는 무인 잠수함 에코 보이저는 한 달 동안 바닷속에서 자율 항해가 가능하다. 이스라엘 로봇 기업 제너럴 로보틱스가 개발한 12㎏의 소형 로봇은 권총 총탄을 발사할 수 있다. 원격 조정이 가능한 이 로봇은 이스라엘 특수 부대 등에서 인질 구출 등 대테러 작전에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각국 정부도 킬러 로봇 개발에 적극적이다. 영국 정부는 무인 비행 및 폭격이 가능한 ‘타라니스’란 명칭을 가진 드론을 미래 전략 무기로 개발하는 중이다. 2013년 시험 비행을 마친 타라니스는 2030년까지 유인 전투기를 대체하는 게 목표다. 미 해군은 자율 항해 기능이 추가된 인공지능 함정 ‘씨 헌터’(Sea Hunter)를 시험하고 있다.한국 국방부도 비무장지대(DMZ) 일부에서 정찰·감시용 킬러 로봇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킬러 로봇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번역 오류’ 로 결론나긴 했지만 KAIST의 킬러 로봇 개발 논란이 그렇다. 연구 보이콧을 이끈 토비 왈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는 “당장은 폭발물을 설치한 원격 조정 드론이 인류를 위협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이 결합한 킬러 로봇이 인간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도 킬러 로봇 개발에 따른 윤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단체는 “킬러 로봇은 인권 탄압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킬러 로봇의 행위에 대한 책임 문제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로봇 분야 전문가 116명은 지난해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 “킬러 로봇이 개발될 경우 전쟁 속도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빨라질 것”이라며 “테러리스트나 독재자 등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킬러 로봇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