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출발합니다." 공단의 한현수 연구원이 크루즈 버튼을 누르고 핸들에서 손을 완전히 떼자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동차전용도로 합류부에 접근하자 차량이 주변을 감지하는 상황이 모니터에 뜨더니 시속 60㎞까지 속도를 높여 자연스레 본선에 들어섰다. 또 시속 70㎞ 모드로 설정하자 전방에서 시속 50㎞가량으로 달리던 일반 차량을 추월도 했다.
완공 앞둔 교통안전공단 ‘K-City’
100억원 투입 실제 교통상황 재현
5G 활용한 운행 테스트도 곧 실시
고속도로 하이패스 아직 통과 못해
이처럼 자율주행차를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서 실험하고 있는 곳이 바로 자동차안전연구원 안에 조성 중인 'K-City(케이시티)'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율주행차 메카를 지향하고 있다. 기존의 자동차 주행시험장 내 36만㎡의 부지에 만들고 있는 K-City의 현재 공정률은 1단계 기준으로 75%가량이다.
지난해 11월 버스전용차로를 포함한 편도 4차로와 반대차선 1차로로 구성된 1㎞ 길이의자동차전용도로를 완공한 데 이어 다음 달에는 가로수길과 회전교차로, 신호 없는 교차로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교외도로가 선을 보이게 된다.
포크레인이 한창 터를 다지고 있는 자율주차시설 터에서는 평행주차와 직각주차는 물론 주차타워 진입도 실험할 수 있다. 조성우 K-City 조성팀장은 "차량이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차하는 '자율 발렛' 기능도 평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 과속방지턱 등을 갖춘 커뮤니티부와 함께 9월 완공예정이다.
K-City의 여러 시설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곳은 도심부다. 각종 건물과 교차로, 버스전용차로 등을 넣어 자율차가 실제 도심을 주행하면서 생길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체험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설이다. 조 팀장은 "건물도 실제 도심처럼 시멘트와 유리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서 자율차가 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1월 말에 이 도심부까지 완공되면 K-City의 1단계가 끝난다. 여기까지 100억원가량이 투입된다.
K-City에선 누구나 사전예약을 통해 소정의 이용료(1대당 1시간 33만원)를 내고 자율주행차를 시험할 수 있다. 현재도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과 현대모비스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대학들에서도 자주 이용하고 있다.
K-City의 진화는 이게 끝이 아니다. 2단계로 2022년까지 400억원을 들여 비나 눈이 오고 안개가 끼는 악천후와 통신이 교란되는 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2026년까지는 자율주행차가 시속 250㎞까지 주행할 수 있는 고속주행로와 비포장도로 등도 들어서게 된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