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금강산 관광 연내 재개 전망"…김정은 메시지는?

중앙일보

입력 2018.08.03 11:59

수정 2018.08.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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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3일 “올해 안으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을까 전망한다”며 “북측에서도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날 금강산에서 정몽헌 전 회장 15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로 돌아온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번 추모식엔 북한에서도 비중있는 인사들이 참석했다. 김정일 시대부터 대남 관계에서 잔뼈가 굵은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부위원장을 포함한 약 20여명의 북한 인사가 참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금강산 추모 행사를 잘 진행하고, 적극 협조하라”고 말했다고 아태 측이 현 회장에게 전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정몽헌 회장의 추모식과 관련해 직접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정몽헌 회장 15주기를 맞아 북한 금강산에서 추모식에 참석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뒤에 서 있는 인사들 중 앞줄 제일 왼쪽이 맹경일 북한 아태 부위원장이다. [사진 현대그룹]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남북 및 북ㆍ미 관계에서 대표자로 내세우고 있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아태위원장 역시 “아태는 현대가 앞장서 남북 사이의 사업을 주도하면 언제나 현대와 함께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추모식은 헌화와 묵념 후 현대와 북측이 각각 추모사를 낭독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현 회장은 기자들에게 “남과 북이 합심해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을 추구하는데 있어 우리 현대그룹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몽헌 회장 15주기를 맞아 북한 금강산에서 추모식에 참석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날 추모식엔 북한에서도 비중있는 인사들이 참석했다. [사진 현대그룹]

 
현대는 정 전 회장의 추모식을 금강산 온정각 맞은편에 있는 고인의 추모비 앞에서 매년 열어왔으나 남북 관계 경색에 따라 2016년부터는 열지 못했다. 현 회장은 강원도 고성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출경한 뒤 승용차편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금강산으로 이동했다. 
 
현 회장의 이번 방문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향한 모종의 신호가 될지 주목된다. 이번 방북엔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 등 금강산 관광을 총괄했던 임직원 10여명도 동행했다. 금강산은 최근 남북 교류의 주요 통로로 등장하고 있다. 이달 20~26일엔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당장 8일엔 지난 4ㆍ27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선언에 따른 산림협력의 일환으로 금강산에서 남북이 함께 병해충 공동방제 협의에 나선다.


고(故) 정몽헌 전 회장의 15주기 추모행사를 위해 방북하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관계자들이 탄 차량이 3일 오전 강원도 고성 동해선 육로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금강산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더딘 가운데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통일부 당국자도 3일 “대북 제재의 틀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통일부는 지난 1일 현 회장의 이번 방북을 승인하며 “추모식 참석을 위한 인도적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은 최근 부쩍 정부를 향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라는 압박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31일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자기 민족의 명산을 부감(높은 곳에서 감상)하는 데 외세의 제재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라며 한국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해 압박했다.  

3일 금강산에서 열린 정몽헌 회장 추모식에 참석한 맹경일의 2013년(추정) 사진. 맹경일 아태 부위원장은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 일꾼이다. [중앙포토]

현 회장의 방북 당일인 3일엔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정몽헌 전 회장 등 현대 일가와 북측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이 매체는 “우리는 북남관계에서 당국보다 훨씬 앞서 현대와 첫사랑을 시작하였다”는 표현도 동원했다. 이 매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 명예회장을 “민족이 화해하는 길을 열어놓은 개척자”라고 언급한 내용 등, 현대와 북한 당국과의 인연을 소상히 강조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