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시원하던 강원도가 올해 왜 갑자기 뜨거운 곳으로 변한 걸까. 전문가들은 ‘바람의 변덕’에서 원인을 찾는다.
평소 남서풍, 태풍 종다리탓 역주행
태백산맥 넘은 공기 뜨겁게 가열
산 병풍에 갇힌 홍천 지형도 한몫
41도 폭염에 고속도로 솟아올라
동쪽에 있던 습윤한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어 서쪽으로 하강하면서 고온 건조한 바람으로 바뀌는 것을 푄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번 고온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푄 현상이다.
이 같은 기류 탓에 홍천군은 올해 더위 신기록을 모두 갈아 치웠다. 1971년 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고기온 1~5위 모두가 올해 7월 22일 이후 기록했다. 홍천의 지형적 특성도 고온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 홍천은 봉화산과 오성산·오용산·남산 등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해 있다. 동해안에서 불어온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어 내륙으로 하강한 뒤 병풍 같은 산에 둘러싸여 홍천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다.
김대열 강원지방기상청 관측과 주무관은 “뜨거운 공기가 갇혀 있는 데다 맑은 날이 이어지면서 강한 햇빛이 내리 쬐고 아스팔트는 복사열을 내뿜으면서 최고기온이 41도까지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공기가 홍천 내에 머물면서 이 지역을 지나는 고속도로에서는 콘크리트 포장이 팽창해 도로가 솟아오르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난 1일 오후 5시쯤 홍천군 북방면 중앙고속도로 춘천방면 368㎞ 지점 굴지터널 앞에서 도로가 균열과 함께 20~30㎝가량 솟아올랐다.
자치단체에서 열을 식히기 위해 살수차를 동원해 물을 뿌리지만 도로를 흥건히 적실 만큼 물을 쏟아 놓아도 10분 정도 지나면 흔적도 없이 증발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주민 이모(36)씨는 “아무리 물을 뿌려도 소용없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더운 날이 이어진 게 벌써 열흘이 넘었다. 언제까지 버티면 좀 나아질 수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강원도의 무더위는 오래 지속하지 않을 전망이다. 반 센터장은 “앞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강원도가 대구처럼 더워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계속 올라가 40도를 기록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 강원도 무더위는 이례적인 현상이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홍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