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년으로 시부모님 혹은 친정 식구들과 함께 떠나는 휴가를 위해 윤씨는 휴가 한 달 전부터 각종 호텔 예약 사이트와 인터넷 카페 등을 뒤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최상'인 곳을 고르지만 정작 실망하고 돌아오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윤씨는 ”어떨 때는 내가 평가받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르신들의 입맛과 컨디션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 또 요즘에는 숙소 사진도 모두 포토샵으로 보정하기 때문에 실망하는 폭이 더 크다"고 말했다.
윤씨처럼 ‘휴가도 숙제’라는 강박을 느끼기다 못해 ‘예약없이 떠나는 즉석 여행’을 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빈 방을 추려 특가로 판매하는 숙박 예약 앱들이 속속 등장하고, 자신의 위치를 기반으로 여행 계획을 짜주는 앱은 물론 동행자를 찾아주는 앱도 생겨나 즉석 여행의 경제적·심리적 부담도 줄었기 때문이다. '무예약 휴가'를 즐기는 이들은 "완벽한 휴가에 대한 강박을 버리면 작은 행운에도 크게 기뻐하게 된다"고 말한다.
회계사 서모(34)씨는 "숙소 예약을 확인하고 시간에 맞춰 교통편을 타고 움직이려면 계속해서 e메일과 스마트폰을 들여댜 봐야하지 않나"라며 "업무메일 좀 그만 보고 싶어서 휴가 온 건데 싶은 마음에 하루 이틀 정도 묵을 숙소만 예약하고 나머지는 현지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숙박 예약 앱의 땡처리 숙소를 자주 사용하는 류모(30)씨는 “퇴근하고 나서 평일에도 숙박 앱으로 이곳저곳을 검색하다가 가까이에 특가가 뜬 호텔이 있으면 차로 잠깐이나마 다녀온다. 회사 사정상 장기 휴가를 쓰지 못하는 데 이렇게 잠시라도 쉬고 올 때 일상에서 순간적으로 도망친 것 같은 해방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조소희 기자 jo.so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