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요양병원 판친다 <하>
6층 입원실로 들어서자 마치 ‘헬스클럽’에 온 듯 활기가 넘쳤다. 뇌출혈 등 각종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다양한 재활기구 앞에서 일대일로 물리치료사 등의 도움을 받아 재활운동을 하고 있었다. 혈관질환으로 쓰러져 입원한 A씨(73·여)는 “다른 사람들이 운동하는 걸 보면 의욕도 생겨 자주 재활치료를 하다 보니 회복도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심평원, 의료진·시설 등 5단계 평가
간병비 추가 부담하는 곳 우수한 편
열악한 곳은 욕실 없어 ‘수건 목욕’도
두 병원은 재활치료 수준에서도 차이가 있다. 희연요양병원엔 500여 명의 환자가 있는데 의사, 물리·작업치료사, 언어재활사 등 직원만 431명이다. 야간에도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간병인 등 75명이 근무한다. 뇌졸중 등으로 몸 일부가 마비된 한 환자가 로봇 치료기에 몸을 의지해 재활치료사와 함께 병원 가장자리를 맴돌며 걷는 연습을 하는 등 대부분의 환자가 재활치료를 하고 있었다.
이와 달리 5등급 B요양병원은 재활치료실 대신 환자의 상태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아주는 물리치료실만 마련돼 있는 실정이다. 기자가 병원 관계자에게 재활치료는 가능한지 묻자 ‘현상유지’를 넘어 ‘재활’을 하기엔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완쾌를 원한다면 시설 좋고 인력이 많은 다른 병원을 알아보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5등급 요양병원은 1등급에 비해 기본적인 시설도 열악한 편이다. B요양병원은 3층 여자 병실에 따로 샤워실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간병인 2명이 한 노인을 붙잡고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있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기본적인 가림막도 없어 이 목욕 장면을 다른 환자들이 멀뚱멀뚱 지켜봤다. 간병인들은 “환자 면회를 온 것이라면 목욕을 끝마칠 때까지 바깥에서 기다리라”고 말했지만 병원 복도엔 따로 앉아 있을 만한 의자도 없었다.
자신에게 맞는 요양병원을 찾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우선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 공개된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결과를 토대로 추려 보는 것이다. 병원마다 기본 입원비가 있지만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병원마다 차이가 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은 추가로 필요하다.
또 심평원의 요양병원 평가는 서류심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요양병원 운영자의 환자에 대한 철학이나 간호사·간병인의 친절도, 환자와 보호자 만족도 등 정성적인 면은 포함돼 있지 않다.
강희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 요양병원이 평가 결과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돼 있는 것을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서면평가 중심의 평가 외에 환자나 보호자의 만족도 등 정성적인 부분은 평가에 포함돼 있지 않다. 앞으로 이 부분이 보완되면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위성욱·김민욱·김호·김정석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