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라는 의미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20여년 전 쓴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처음 소개됐다. 갓 구운 빵을 뜯어먹는 것처럼, 일상 속 잔잔한 행복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90년생 리즈치의 '소확행' 라이프스타일
전통과 자연 고수하는 삶, 해외서도 인기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주도하는 크리에이터가 있다. 중국 쓰촨성 깊은 산골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있는 리즈치(李子柒)가 그 주인공이다.
리즈치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와 먀오파이(중국판 유튜브)에 보기만 해도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은 일상 비디오(Vlog)를 올리고 있다.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2016년 2월부터다.
특히 꽃잎, 벌집 같은 자연물을 이용해 화장을 했던 고대(古代)인들의 방식을 따라한 영상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퍼지면서 수많은 해외팬이 생기기도 했다.
포도 껍질로 옷 염색하기, 흙가마 만들어 빵 구워먹기, 자갈로 세면대 만들기, 마피(麻皮)와 수피(樹皮)로 종이 제조하기 같은 영상도 큰 화제를 낳았다.
리즈치의 무릉도원 같은 삶을 엿본 중국인들은 전원 생활에 대한 선망을 품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구도와 영상미를 극대화한 편집, 서정적인 고풍(古風) 배경음악도 인기몰이에 큰 몫을 했다.
영상 조회수도 최소 3000만뷰 이상이다. 지난 2월에 업로드한 흙가마 만들어 빵 굽는 영상은 웨이보에서만 1억 5000만뷰 이상을 찍었다.
유튜브 채널도 있다. 중국은 만리방화벽에 막혀 VPN 없이는 유튜브에 접속할 수 없기 때문에 리즈치의 팬이 채널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중 가장 조회수가 많은 것은 7월 6일 기준 136만뷰에 달한다.
콘텐츠도 그저 자연에 맡긴다. 특정 절기가 오면 밖에 나가 어떤 꽃이 피고 어떤 채소를 먹을 수 있는지 파악한 다음 촬영 준비를 한다. 심지어 처음에는 편집도 16GB 휴대폰으로만 간단하게 했다고 한다. 역시 훌륭한 콘텐츠는 장비빨(!)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좋은 예다.
14세 때 리즈치는 학교를 관두고 외지에서 식당 종업원, DJ 일을 했다. 하지만 2012년 할머니가 중병에 걸리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리즈치에게 할머니는 삶을 지탱하는 행복이자 살아갈 이유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생계를 위해 오픈마켓 타오바오(淘宝)에서 소소하게 물건을 팔았지만, 자체제작 영상이 대박 나면서 지금은 크리에이터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큰 상도 받았다. 지난 6월 상하이에서 열린 웨이보 2018 슈퍼 인플루언서 행사(超级红人节)에서 '비즈니스 가치상'을 수상했다.
앞으로 리즈치는 광고든, 타오바오든, 브랜드 설립이든, 장편 영상 제작이든 가리지 않고 다 해볼 의향이 있다고 한다. 이미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老字号), 무형문화재 등 전통 문화와 연관있는 곳들이 리즈치에게 협업을 요청해왔다. 전통 문화 요소가 깃들어있으면서도 젊은이들이 좋아할만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 리즈치가 꿈꾸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차이나랩 이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