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30일 보통휘발유의 주유소 판매가는 리터당 1613.2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첫째 주 리터당 1439.38원에서 1년 새 180원 가까이 올랐다.
휘발유 가격이 160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4년 12월 넷째 주(1620.9원)가 마지막이었다. 2015년 이후 안정되나 싶던 기름값이 최근 급격히 오르며 서민 물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 안정돼도 국내 기름값 덜 내려
내릴 여력 없고, 주유소 유가 자율화 정책 때문
서울 최고 대구 최저...중구 비싸고 중랑구 싸
국내 휘발유 값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은 환율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하는 원유의 원화 환산 가격이 비싸져 휘발유 값이 올라간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원ㆍ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113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문제는 국제 유가가 안정돼도 국제 가격이 내린 만큼 국내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1997년 국내에 실시된 유가 자율화 정책 이후 1만여개나 되는 주유소들의 임대료와 경쟁상황을 반영해 휘발유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휘발유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국제 유가 외에도 많다는 얘기다. 주유소 업황(평균영업이익률 1.4%)이 악화해 추가 인하 여력이 없는 것도 변수다.
서울시 25개 관할구 가운데 휘발유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중구(리터당 2036원)다. 기업체가 밀집한 중구에선 법인카드 결제가 많다. 자차 운전자에 비해 기름값에 덜 민감해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반면 주거 생활권인 중랑구는 리터당 1609원을 기록해 중구와 427원 차이났다. 평균 1㎞ 간격으로 주유소가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점도 한몫했다. 주유소 거리제한이 완전 철폐된 이후 벌어진 현상이다.
이 밖에 서울 주요 지역 휘발유 값은 영등포구 여의도동(리터당 1960원)ㆍ종로구(1949원) 등 오피스 밀집지역이 전반적으로 기름값이 비싼 편이었다. 강남구(1831원)ㆍ서초구(1716원) 등은 임대료는 비싸지만 지역 내 주유소가 많아 경쟁이 심한 점이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유가 시대에도 저렴하게 주유하는 법은 무엇일까. 소비자 시민모임에 따르면 휘발유는 온도에 따라 부피 차이가 나므로 여름에는 부피가 늘어나는 낮보다 밤에 주유하는 게 낫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직영 주유소보다는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가 쌀 확률이 높다. 주변에 경쟁 주유소가 많은 곳이 일반적으로 저렴하고, 외진 곳의 알뜰ㆍ셀프주유소는 손님을 끌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