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요양병원 판친다 <상>
A씨는 기자가 50억원 이하의 요양병원 매물을 구하고 싶다고 하자 수도권 외곽의 한 요양병원(비영리의료법인)을 소개했다. “80병상 규모인데 밀양 세종병원 사태 이후 지금은 잠시 닫아둬 환자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환자 유치를 걱정하자 “지금은 잠시 닫아둬서 그렇지 도시와 가까워 환자 확보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환자가 없는 대신에 통상 입원환자 1인당 1000만원 수준인 권리금도 없다”고 말했다. 의료법인 매매가 어떤 과정을 거쳐 가능한지 묻자 “신분이 확인되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비의료인이 의사·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일명 ‘사무장 병원’이 의심되는 곳이다.
“지방선 150병상 50억 거래
수억~수백억 다양한 매물 있다”
서류로는 불법 매매 확인 힘들어
포털 검색을 통해 접촉한 다른 3곳의 요양병원 매매 컨설팅 업체는 “신분증 등을 복사해 먼저 보내 달라”며 그 전에는 만날 수 없다고 방문을 거절했다. 이들 4개 업체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물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100~500병상까지 다양한 물건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매매는 실제 어떻게 이뤄질까. 지난 1월 화재로 15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사례와 비슷하다. 세종병원은 의료인이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초대 이사장이 됐다. 이어 사고 당시 현 이사장(구속·비의료인)이 그 법인에 이사로 들어가 이후 이사장이 돼 공식적으로 법인을 넘겨 받았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이 과정에 전임 이사장과 현 이사장은 47억원을 주고받기로 이면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요양병원의 비영리법인 등의 이사장이 바뀔 경우 시·도지사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사회 등 적법 절차를 거쳤는지 서류로만 확인하고 뒷돈 거래는 확인이 힘들다는 게 자치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혁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이사는 “요양병원에 굳이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입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현재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맡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판정위원회가 권한을 확대해 판정 후 해당 노인이 요양병원에 입원해야 하는지, 요양시설에 입소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요양기관
크게 의료법 적용을 받는 ‘요양병원’과 노인복지법 적용을 받는 ‘노인요양시설’(10명 이상),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10명 미만)으로 나뉜다. 흔히 요양원, 요양센터로 불리는 시설은 노인복지법상의 요양시설을 일컫는다. 시설별로 의료인 정원에 차이가 있다. 요양병원은 입원환자 80명당 의사(한의사 포함) 2명을 둔다. 간호사는 6명당 1명이다. 입소자 10명 이상 노인요양시설은 의사 1명 이상을 둬야 한다. 간호사는 입소자 10명 이상~30명 미만은 1명, 30명 이상 시설은 25명당 1명이다. 입소자 10명 미만인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의사를 두지 않아도 된다. 간호사는 1명이다.
◆ 특별취재팀=위성욱·김민욱·김호·김정석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