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서울시청의 한 회의실에서 진성준(사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질책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교통공사가 페미니즘,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 생일 축하 등 정치적 의견 광고를 전철역에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반대하는 과정에서다.
교통공사, 정치·성 의견광고 금지에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재검토 지시
박근혜 석방 광고도 가능할 수 있어
교통공사가 이 같은 규제를 결정한 이유는 쏟아지는 민원 때문이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어떤 정치적 의견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서, 어느 한쪽 편에 유리한 의견 광고가 나올 거라는 소문만 나도 ‘그런 광고를 공공기관이 왜 받아주느냐’는 항의가 쏟아져 직원들이 제 업무를 볼 수 없을 지경이 된다”며 “의견 표현 방식은 꼭 지하철 광고가 아니어도 가능하지 않느냐”고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진 부시장은 이 회의에서 “의견 광고에 대한 원천적인 금지는 과도한 규제”라며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도 크니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 부시장은 문 대통령 취임(2017년 5월) 뒤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일했다. 이후 박원순 시장이 이달 2일 ‘3기 시정’을 시작하면서 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문에 서울시 내부에선 ‘취임 직후 자기 목소리를 낸 청와대 출신 부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진 부시장 뜻대로 지하철 광고 규제가 해제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등을 주장하는 우파 진영의 의견 광고도 막을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진 부시장은 “원칙적으로는 그런 의견 광고도 가능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다 끝난 뒤에도 법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구호를 의견 광고에 담았을 때, 법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지는 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에선 진 부시장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인 자유한국당 소속 성중기 의원은 “지하철과 같은 시민이 주인인 시설에선 정파적 의도를 가진 광고는 원천 금지하는 게 맞고, 한국당을 지지하는 광고도 안 된다”며 “진 부시장 발언은 서울시 행정 권한을 더불어민주당이 잡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정파에 유리한 의견 광고를 공공시설에 버젓이 게재하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