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예쁜데. (남자친구가) 맛있는 걸 너무 많이 사줬나?"
디스코팡팡을 조종하는 DJ는 한 여성 손님을 향해 외모를 지적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발언은 스피커를 통해 놀이기구 주변으로 퍼졌다.
디스코팡팡은 앉은 사람을 튀어 오르게 해 기구 위에서 허둥 거리는 모습을 승객과 관람객이 즐기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여성 손님도 디스코팡팡의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의자에서 떨어지자 남자친구가 손을 잡아주며 버텼다.
이때 DJ는 "지금 저게 '극한 알바'지!"라며 놀렸다. 여성 손님이 뚱뚱하다는 말을 이렇게 한 것이다.
DJ는 다른 중학생 손님에게도 마이크로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어요?"(DJ)
"서울이요" (학생)
"네가 서울에서? 생긴 건 저기 시골 충남 당진 같은데?!"(DJ)
미투 확산, 월미도 놀이공원은 딴 세상
미투(Me Too) 운동 확산 등으로 개인에 대한 인격 훼손 발언이 점차 금기시 돼고 있지만, 중앙일보 기자가 이날 찾은 월미도 놀이공원은 딴 세상이었다.
해가 지자 DJ의 발언 강도는 더욱 세졌다. 오후 9시쯤 3명의 여성이 치마를 입고 디스코팡팡에 타자 DJ는 "치마 입은 여성들 죄송합니다. 밑에 계신 남성분들이 너무 기다리네요"라고 말하며 기구 조종을 시작했다.
DJ는 여성들이 자리에서 튀어 오르도록 일부러 기구를 조종했고, 결국 이들의 속옷이 노출됐다. 몇몇 손님들은 본인 탑승 차례를 기다리다가 "좀 심하다"며 자리를 떴다.
다행히 당사자는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뚱뚱하다'는 지적을 우회적으로 받은 여성은 기자에게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의 남자친구 김모(24)씨도 “DJ의 발언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며 “놀이의 재미를 위해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반면 초등생 아이들 둔 양모(44·여)씨는 “치마 입은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의도는 뻔한 거 아니냐”며 “초등학생들도 있는데 관광지에서 저런 행동, 멘트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외모비하 및 성희롱 여전, 일부 자정 목소리도
하지현 건국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미투 운동이 확산했지만, 아직도 예능 프로 등에서도 (외모 비하 등이)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고 그것을 보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 남아 있다"며 "그럼에도 차츰 인식이 개선되고 있으니 서서히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