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안·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배당주 펀드’ 때 이른 인기

중앙일보

입력 2018.07.30 06:0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증시 불안정성 등을 이유로 비교적 안정적인 배당주 펀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포토]

 
 찬바람 불 때쯤 시작된다는 배당주 펀드의 인기가 올해는 조금 더 일찍 찾아왔다.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주식 시장이 흔들린 데다 증시의 '큰 손'인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해서다.  

최근 한달 간 594억원 자금 유입
"경기 부진 우려에 안전 수익 기대 "
기업 배당 성향 높아진 것도 매력

 KG제로인에 따르면 27일 기준 최근 1개월간 액티브 주식 배당 펀드의 총 설정액은 594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일반(-767억원), 중소형(-259억원), 테마(-274억원) 펀드 등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3개월로 따져도 배당주 펀드에는 1861억원의 자금이 몰려들었다.  


 
 배당주 펀드는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이다. 상승장에서는 인기를 끌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바이오ㆍ제약 주식과 중·소형주가 가파르게 오르던 올해 초에는 ‘찬밥’ 대접을 받았다.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해 보인 탓이다.  
 
 하지만 증시가 조정국면에 들어서며 변동성이 커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액티브 주식 배당 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7.31%였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은 -8.50%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손실 폭을 줄이며 ‘선방’한 셈이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격차는 더 커지는 모습이다. 액티브 주식 배당 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2.62%이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은 –4.26%를 기록했다.
  
 운용펀드 100억원 이상 배당주 펀드 중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연금저축전환자1(주식)종류C'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0.34%를 기록했다.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자1(주식)종류C1'은 0.30%의 수익을 올렸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국내와 신흥국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배당이라는 안전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펀드 쪽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이라며 “배당 수익 등이 주가에 반영되는 연말보다 상반기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7~8월에 미리 투자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용 쇼크 등 경기에 대한 불안감도 배당주 펀드의 ‘몸값’이 올라가는 이유로 꼽힌다. 
 
 김범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당 성향이 높은 주식은 경기에 민감하기보다는 방어적인 기업이 많다”며 “투자자들이 시장이나 경기 상황을 썩 좋지 않게 보기 때문에 방어적 성격의 배당주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있어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배당주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확대한 요인이다.  
 
 이주호 KTB 자산운용 연구원은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는 등 국내 기업의 배당 성향도 점진적으로 올라가는 만큼 안정적인 투자처로 배당주 펀드의 매력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