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종합세트라 불린 '8·2 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나면서 집값 상승세는 많이 꺾였다. 하지만 강도 높은 규제에도 서울 집값은 여전히 오르고 있다. 규제의 핵심 타깃인 강남 집값은 잠시 주춤하더니 더 뜀박질하는 모습이다. "거래를 위축시켰을 뿐 강남과 서울 집값 급등의 불씨는 꺼트리지 못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 간 집값 양극화는 더 심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8·2대책 전 강남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의 과열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양극화가 주택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8·2 부동산대책 1년]지금 주택시장은
집값 잡겠다더니…양극화 심화
송파 14% 뛸 때 노원 1% 상승 그쳐
강남·북 집값 격차 2006년 이후 최고
지방 더 심각, 미분양 증가
지역별 양극화 심화할 듯
잠실동 대왕공인 이기충 대표는 "양도세에 이어 종부세까지 다주택자 중과를 적용하기로 하니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대치동 제이스공인 정보경 대표는 "주택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가격을 조금 낮추면 집을 사겠다는 대기 수요자만 10여 명"이라며 "규제를 가할수록 강남 집값은 가파르게 오른다는 게 정설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서울에서도 상승세에서 소외된 곳이 적지 않다. 노원(1.58%)·금천(2.08%)·중랑(2.46%)·도봉구(2.54%) 등 강북 외곽지역은 최근 1년간 아파트값이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3단지 전용 59㎡의 현 시세는 4억5000만원대로 1년 전과 비슷하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노원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뒤 대출 규제를 강남과 똑같이 적용받은 탓"이라며 "여기선 집 세 채를 팔아도 강남 집 한 채를 사기 어렵다"고 말했다. 8·2 대책 이후 투기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이 1건 이상 있으면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강남권역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2837만원으로, 강북권역(1824만원)과의 격차가 2006년 이후 최고인 1013만원으로 벌어졌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6월 지방 아파트 입주율은 76.1%로, 지난해 7월 입주율(81.4%)보다 5.3%포인트 하락했다. 지방의 새 아파트 4집 중 한 곳은 입주자가 없는 셈이다. 거제시 옥산리 거제오션파크자이는 입주를 시작한 지 10개월이 넘었지만, 전체 783가구 중 25%(200여 가구) 정도는 미분양된 상태다. 전용 84㎡가 2억~2억1000만원으로, 분양가보다 3000만~4000만원 싸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가뜩이나 지역경제 침체와 입주물량 부담 여파가 큰 지방에 정부 규제로 매수 심리가 더 위축됐다"며 "다주택자 규제가 서울 '수요 쏠림'을 강화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기 지역과 비인기지역 간 온도 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서울 강남이나 도심권은 공급이 부족하고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수요가 꾸준하겠지만, 지방은 공급 과잉 등으로 집값 내림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