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1000억원.
한국도로공사가 한해 고속도로 통행료로 벌어들이는 수입입니다. 이 돈으로 새 도로를 건설하거나 기존 도로를 유지·보수하고 빚도 갚는데요. 하지만 매년 돈이 모자라서 채권을 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빌려오는 형편입니다.
이렇게 한 푼의 수입이 아쉬운 도공 입장에선 통행료를 내지 않고 그냥 요금소를 통과하는 차량은 정말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는데요. 고속도로 이용 차량이 늘어나면서 통행료 미납 차량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납 1617만 건에 412억 원
그런데 만약 이 정도 금액이 그대로 펑크 난다면 상당히 손실이 클 텐데요. 여기서 반전이 있습니다. 도공이 미납 통행요금을 받아 내는 확률이 90%를 훌쩍 넘는다는 건데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5년 간 도공의 미납 요금 징수율 가운데 최고 기록은 무려 95.5%나 됩니다.
지난해에는 92.1%를 기록했는데요. 미납 10건 중 최소 9건은 받아낸다는 의미로 야구로 치면 '9할'대의 그야말로 초(超) 강타자인 셈입니다.
미납 통행료 징수율 90% 훌쩍 넘어
그래도 내지 않으면 다시 1개월 뒤에 독촉장을 등기우편으로 발송하고 그래도 납부가 안 되면 강제징수에 들어가는데요.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입한 제도가 예금 압류입니다. 이렇게 하면 통장 입출금 자체가 정지되기 때문에 대부분 밀린 통행료를 낸다고 하네요.
이러한 미납 통행료 회수 과정에도 비용은 제법 들어갑니다. 공식용어로 '행정비용'이라고 부르는데요. 통행료 납부 청구서 등을 우편으로 발송하는 비용과 미납자가 통행료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경우 생기는 수수료 등입니다.
통행료 체납 차량이 많다 보니 도공을 사칭해 휴대전화로 미납 통행료 납부 안내를 보낸 뒤 악성 앱을 깔게 유도해 개인정보 등을 빼내가는 '스미싱'까지 등장할 정도인데요.
문자 속에 적힌 미납 내역 중에 차량번호와 납부할 미납통행료, 문의 전화 등이 없는 경우는 '스미싱'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유의해야 합니다.
20회 미납 땐 10배 더 내고 형사처벌도
최근엔 검찰까지 하이패스 무단 통과에 대해 형사처벌을 경고하고 나섰는데요. 여러 차례에 걸쳐 일부러 하이패스를 무단통과한 경우는 형법상 편의시설부정이용죄에 해당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는 겁니다.
도공에서 미납요금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상습체납 차량에 대해 형사고발을 강화하고 있고, 법원에서도 이에 대해선 대부분 유죄를 선고한다는 게 검찰 측 설명입니다.
자칫 밀린 고속도로 통행료 때문에 아주 곤란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건데요. 혹시 안 낸 통행료가 있는지 궁금하면 도로공사 홈페이지(www.ex.co.kr)의 초기 화면에 있는 '미납요금 조회/납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다양한 방식을 써도 못 받는 통행료는 있습니다. 이른바 '대포차'라고 부르는 무적(無籍) 차량이 대부분인데요. 대당 체납 건수로는 947건이, 금액으로는 6900만원이 최고 수준입니다.
도공에서는 이런 차량을 잡기 위해 그동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서 예상 경로에 미리 대기하고 있는 방식도 사용한다고 하네요.
통행료는 결국 고속도로 이용자들의 편익으로 돌아옵니다. 도로가 더 생기거나 유지·보수가 더 깔끔해지는 건데요. 이용한 만큼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선진 문화가 보다 정착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