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매일 반박하는데, 은수미는 침묵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18.07.26 17:13

수정 2018.07.26 17:44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은수미 성남시장(왼쪽). 오른쪽 사진은 2007년 검거된 국제마피아파. [연합뉴스]

“수사를 통해 (저의) 무고함이 밝혀질 것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21일 방송)로 조직폭력배와의 유착 의혹이 다시 불거진 은수미 성남시장은 방송 내용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에게 문자로 이렇게 답했다. 은 시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남시 공보관 명의의 입장을 올린 것 이외에 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거의 매일 반박 의견을 내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다른 태도다.
 
방송이 지적한 은 시장에 대한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국제마피아파로부터 돈을 받고 접근한 운전기사와의 관계▶국제마피아파 중간 리더급 이모씨로부터 금전적 후원 약속을 받았는지다.
 
방송에 따르면 2016년 6월부터 1년 동안 최모씨는 국제마피아파와 연루된 코마트레이드에서 월급 200만원을 받고 은 시장의 운전기사 역할을 했다. 이는 지난 지방선거 기간때 불거진 의혹과 같다. 이에 대해 은 시장은 “당시 여러 사람이 자원봉사로 운전을 해줬고, 그 사람(최씨) 역시 그 중 한 명으로 자발적인 의사로 차량 도움을 주신 것으로 알았다”며 “그 사람이 K사(코마트레이드)와 관계가 있었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고 다시 밝혔다.
 
하지만 금전적 후원 약속 의혹에 대한 은 시장의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방송은 은 시장이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떨어진 뒤 이모씨 등 국제마피아파 관계자 두 명을 성남의 한 낙지집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이모씨가 은 시장에게 “다음 선거 때까지 돈이든 차든 전폭적으로 지원할 테니 힘내시라”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은 시장은 이에 대한 입장을 묻고 싶다는 기자의 통화 요청에 “이미 사실이 아니며 수사를 통해 무고함이 밝혀질 것이고, 허위사실 왜곡보도에 대해서는 앞으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고 문자로 답했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기자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 "(국제마피아파 관계자들을) 만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엔 답신이 오지 않았다. 김민욱 기자

 
기자는 이어 “이모씨 등을 만난 적이 없다는 뜻이냐”고 다시 물었지만, 이에 대한 회신은 없었다. 지난달 30일 은 시장을 조사한 성남중원경찰서도 이 부분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상황을 밝힐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답했다.
 
은 시장은 왜 침묵하는 걸까. 대검 중앙수사부 출신 정준길 변호사(전 자유한국당 대변인)는 “수사 기관 입장에서는 수사 상황과 관련한 이야기를 언론에 하는 피의자를 좋게 보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런 부분을 감안한 일종의 수사 대응 전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ㆍ울산지검 등에서 특수부 검사를 지낸 강민구 변호사는 “선거가 끝난 상황에서 이번 스캔들은 잘 막더라도 은 시장 입장에선 지지율 유지 그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정치적 판단을 했을 수 있다”며 “각종 의혹 제기를 맞받아치면서 정치를 해온 이재명 지사와는 개인적 성격이 다른 점도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선욱 기자, 성남=김민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