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언론은 되려 그 희소성에 주목했다. 혼성그룹의 장점을 살리며 다른 그룹은 결코 할 수 없는 섹시함과 터프함을 동시에 뿜어내는 모습에 매료된 것이다. 미국 빌보드 선정 ‘2017년 주목해야 할 K팝 아티스트 톱 5’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미국 음악전문매체 퓨즈TV에서 ‘2018년 기대되는 팀’에 K팝 가수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이유다. 퓨즈TV는 “쉽고 트렌디한 트로피컬 사운드로 전 세계의 팬들을 사로잡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미국서 올 K팝 기대주 뽑힌 ‘카드’
새 앨범 내며 국내 본격 활동 나서
그렇다고 타협하진 않았다. “지금 가장 트렌디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처음 선보였던 트로피컬과 뭄바톤 기반의 음악이 통했던 것처럼, 이번 앨범도 댄스홀과 하우스 리듬이 섞인 EDM 곡인 ‘라이드 온 더 윈드(Ride on the wind)’를 타이틀곡으로 들고 나왔다. 전소민은 “지난번 곡 ‘인 투 유’는 자메이카에서 시작된 댄스홀이라는 장르 자체가 생소하고 무거워서 대중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엔 여름에 듣기 좋게 부드러운 곡선미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본격 라틴팝을 표방하는 ‘디멜로(Dimelo)’ 같은 곡도 수록돼 있다. ‘디멜로’는 스페인어로 ‘말해줘’라는 뜻으로 가사에도 한국어와 스페인어가 섞여 있다. 비엠은 “일부러 해외 팬들을 고려한 건 아니다. 처음 가이드 곡을 받았을 때 스페인어로 돼 있었는데 전부 한국어로 바꿔 버리면 그 느낌이 살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혼성그룹이기에 변화무쌍한 시도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지난 4월 여성 멤버 전소민ㆍ전지우가 라틴팝 가수 레슬리 그레이스를 대신해 슈퍼주니어의 ‘로시엔토(Lo Siento)’ 한국어 버전 피처링에 참여한 것처럼 남녀 유닛이나 듀엣처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걸그룹 퓨리티와 에이프릴 멤버로도 활동했던 전소민은 “14년 차 대선배들과 함께 무대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지우와 함께 유닛으로도 활동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나의 정의에 갇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서로 너무 다른 색깔과 다른 모양이어서 보색 관계에 가깝다”는 제이셉의 말처럼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전지우는 “혼성그룹이라 그런지 서로 연애 감정은 없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데 저희는 연인보다는 남매나 크루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저희 팀 안무에도 남녀 구분이 없잖아요. 남녀가 함께 춤을 추면 여자는 무조건 섹시하게 춰야 한단 고정관념이 싫어서 힘들어도 다 같이 파워풀한 안무를 소화하는 걸요.”
그렇다면 이번 앨범을 통해 카드가 얻고 싶은 수식어는 뭘까. “믿고 듣는 신용 ‘카드’요.” 지체 없이 말했다. “아무리 들어도 한도 초과 없는 신용 카드라니, 너무 좋지 않나요. 주목해야 할, 기대되는 팀도 좋지만, 반드시 들어봐야 할 팀이 되고 싶습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