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하니 재발률 46%ㆍ사망률 18% 낮아져
이번 연구는 우울증 치료와 심장질환 재발ㆍ사망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를 뒤집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간의 연구들은 단순히 사망률만 조사하거나 환자를 추적 조사한 기간이 2~3년 정도로 짧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추적 기간이 평균 8.1년ㆍ최대 12년으로 길어 설계에 우위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은 우선 심장질환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 300명을 무작위로 각각 149명ㆍ151명으로 나눴다. 한 조에는 우울증 치료제인 '에스시탈로프람'을, 다른 한 조에는 심장 질환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위약'을 투여했다. 각 환자는 6개월 동안 치료했고 이후 5~12년에 걸쳐 경과를 추적했다.
일차적으로는 항우울제를 투여한 집단에서 우울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환자들의 심장질환이 재발하였는지, 이로 인해 사망했는지를 조사한 결과, 우울증을 치료한 경우 심장질환 재발률은 46%, 사망률은 18%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심근경색ㆍ사망 등, 심장질환으로 인해 환자에게 발생하는 사건들을 '주요심장사건(MACE)'이라고 한다"며 "우울증이 개선된 환자의 경우, MACE가 절반 이하인 40.9%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 53.6%가 MACE 재발을 경험했다.
심근경색 등 주요 심장 사건, 절반이하로 '뚝'...우울증 치료, 건강행동 높이고 원인 물질 잡아
우울증을 치료가 심장질환 재발을 낮추는 이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가 꼽혔다. 김 교수는 "우울증을 겪는 환자의 경우, 약을 제대로 먹지 않거나 병원 진료를 게을리하는 등 치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운동ㆍ식이요법 등 건강 행동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먼저 이를 개선하는 것이 심장질환 치료에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우울증과 심장질환의 공통적 원인으로 꼽히는 '사이토카인'과 혈소판과 같은 원인 물질을 항우울제가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심장질환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도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우울증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낙인'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고, 심장내과 의사들은 심장 치료가 우선인 상황에서 우울증 치료는 중요치 않다고 여겼기 때문에 연구가 매우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연구 대상 환자 300명도 동시에 모집된 것이 아니라 치료를 하면서 6년간 누적해 나갔다.
그러나 김 교수는 "심장질환 외에도 암ㆍ뇌혈관질환 등 심각한 신체질환에서도 우울증과 같은 외상후증후군이 흔히 발생하고 이것이 치료 경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향후 다양한 신체질환에 대해서도 우울증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연구를 계속해 나갈 것을 밝혔다. 이 연구는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자마' 7월 25일 자에 게재됐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