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션베드는 전동장치를 사용해 자동으로 매트 상체나 다리 부분이 아래위로 움직이도록 만든 침대다. 리모컨으로 작동시키는 게 보통이지만,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폰 앱이나 목소리로 작동시키는 모델도 출시됐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등받이가 스르륵 올라와 앉은 자세로 책을 읽거나 TV를 볼 수 있다. 반대로 아래쪽을 올리면 퉁퉁 부은 다리를 위로 들어 올려 인간이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는 무중력 상태 '제로지 포지션' 자세를 취하게 한다.
사용층은 30대 초반 신혼부부와 싱글 남녀 등 주로 젊은 세대다. 지난해 12월 '한샘'의 모션베드를 혼수로 장만한 30대 주부 서영윤씨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기에 편할 것 같아 구매했는데, 실제로 써보니 출산 후 모유 수유할 때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미혼 남성인 하승재(40)씨도 얼마 전 이사하며 침대를 모션베드로 바꿨다. 영업직인 하씨는 "집에서 더 편하게 휴식을 취하기 위해 다른 가구 살 비용을 아껴 모션베드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모션베드의 시작은 의료용 침대였다. 1900년대 초반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의과대학 교수였던 윌리스 갯치 박사가 환자를 위해 머리·다리 부분을 조절할 수 있는 침대를 만든 게 시초다. 가정용 모션베드는 여기서 필요한 몇 가지 기능만 따오고 두꺼운 라텍스나 폼 매트리스를 결합한 것으로 보면 된다. 미국에선 이미 90년대부터 일반 가정에서 사용됐다. 사실 모션베드란 이름은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이름이다. 해외에선 조절 가능하다는 의미로 '어드저스터블 베드'(Adjustable Bed) 또는 개발자의 이름을 따 '갯치 베드'(Gatch Bed)라고 부른다.
500만~700만원 대의 높은 가격과 생소한 쓰임 때문에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모션베드는 2016년 '일룸'(퍼시스 그룹)이 제품을 출시하며 갑자기 붐이 일었다. 2008년부터 의료용 침대를 개발·생산하던 그룹 내 '퍼시스 케어'의 노하우를 활용해 한국인 체형에 맞춰 가정용으로 개발한 침대였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일룸은 저가 정책과 스타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며 시장을 견인했다. 200만원 대 내외의 상품을 내놓으며 문턱을 낮췄고, 당시 드라마 '도깨비'로 인기 고공행진 중이던 배우 공유를 모델로 내세운 게 제대로 적중했다. 이후에도 여러 드라마에서 PPL로 침대를 보여주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고, 지난해 말 제품 출시 1년4개월 만에 1만대 이상의 판매 성적을 거뒀다.
같은 해 모션베드를 출시한 '한샘'과 '체리쉬'도 판매량이 계속 늘어 올해 월 평균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0% 이상씩의 성장세를 보인다.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모션베드 '피졸로'는 지난 5월 말 처음 선보인 홈쇼핑 방송에서 80억원 어치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일룸의 김병호 모션가구 개발팀장은 "휴식의 질을 높이는 게 모션베드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치료나 건강 증진의 목적보다는 휴식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김 팀장은 "오랜 시간 수면할 때는 올렸던 등받이와 다리를 다 내려 편평한 상태로 만드는 게 낫다"고 권했다.
리모컨·앱으로 등받이·높이 조절
책 읽고, TV보고 젊은층에 인기
'소확행' 트렌드 타고 값도 떨어져
"척추·허리에 좋다" 아직 입증 안돼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