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지열발전소 탓" 끝나지 않는 유발 원인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18.07.23 14:03

수정 2018.07.2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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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11ㆍ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 정상모 단장이 포항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정부에 공정한 원인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11ㆍ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

지난해 11월 발생한 규모 5.4 포항 지진은 정말 지열발전소 탓일까.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지 발표논문에 이어 포항지역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과 포항지역발전협의회가 또 다시 지열발전소를 지진 원인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포항에 지열발전소를 건설한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지난 3월 대한지질학회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연구단'을 꾸려 조사 중이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회원들이 지난 1월 포항 죽도시장과 시외터미널 앞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지진 원인 규명과 지열발전소 폐쇄 등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지진,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 지진으로 사회적 재난"
 
'지열발전과 포항지진 연관성 규명 범포항시민 기자회견'이 23일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열렸다.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장인 정상모 한동대 교수는 "최근 스위스와 독일 등의 지열발전소를 조사한 결과 포항지열발전소의 건설과 가동이 얼마나 무모하게 강행됐는지 알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2013년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 지열발전소 건설현장에서 ㈜넥스지오 관계자들이 2차 시추작업을 앞두고 드릴 파이프(Drill Pipe)를 점검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열 발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간기업 넥스지오에 의뢰해 진행한 ‘MW(메가와트)급 지열 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국가 연구개발(R&D)프로젝트다. 섭씨 최고 170도에 이르는 포항 흥해읍 지하 4㎞ 아래의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자는 것으로, 화산지대가 아닌 곳에서의 지열 발전 이용은 포항이 아시아 최초다.
 
지열발전을 위해서는 땅속에 물을 주입해야 하는데 높아진 수압으로 지층이 흔들리면서 지진이 유발됐다는 게 연구단의 주장이다. 연구단은 "물주입 단계에서 규모 3.1의 지진을 포함해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63회의 유발 지진이 발생했는데도 시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개발단계에도 이를 단순히 미소 진동이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 4월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국내외 연구진의 논문 등도 근거로 들었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팀의 연구 논문 ‘2017년 포항지진의 유발 지진 여부 조사’에서는 ▶발전소의 물 주입 시점과 지진발생 시점이 일치했고 ▶지진의 진앙이 물 주입지점 근처로 몰려있으며 ▶진원의 깊이가 일반적 자연지진보다 얕고, 물 주입 깊이와 일치했다는 점을 지열 발전으로 인한 유발 지진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연구단은 그간 포항지진이 지열발전과 관계가 없다고 제기한 주장도 반박했다. ▶지열발전으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없다지만, 예상보다 큰 유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해외 논문(Thibault Candela·Brech Wassing·Janter Heege·Loes Buijze, 'How earthquakes are induced', 2018)과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의 물 주입을 2개월 이상 중단한 이후에 발생해 연관이 없다는 주장이 있으나, 주입된 물의 거동에 따라 몇 개월 이후 지진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와 ▶주입된 물의 양이 적어 유발 지진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으나, 주입량이 적어도 큰 지진이 날 수도 있다는 해외 논문(A. McGarr, 'Maximum magnitude earthquakes induced by fluid injection', 2014) 등이 근거다. 
 
"지열발전소, 유일한 원인일까…." 회의적 시각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올 6월 '일반인을 위한 한반도 동남권 지진 보고서'를 발간해 포항 지진은 단층운동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응력의 영향으로 기존 단층대가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성 단층운동의 중요한 사례라는 것이다. 앞으로 규모 6.0이상의 지진도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도 그간 "포항지진은 경주지진의 여파"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 3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 착수 기자회견에서 이강근 대한지질학회장(왼쪽)이 현장조사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연구책임자인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열 발전과 포항지진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명확하게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지진이 발생한 지점의 땅속 응력 형성 등에 대한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조사 결과는 내년 2월에 나온다. 
 
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