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삼양동 9평(30㎥)짜리 옥탑방에서 한 달간 생활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잠롱 시장이 떠올랐다. 둘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수도의 민선 시장이다. 현장을 강조한다. 잠롱의 ‘미스터 클린’은 부패 척결도 있지만 실제 청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는 시장 시절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잠롱은 가난했는데 적어도 공식적으론 박 시장도 만만치 않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박 시장의 재산은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6억2990만원이다. 주요 고위공직자 가운데 7년 연속 꼴찌다. 지난 6월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에서 빚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울시장을 오래 하고 변호사를 오래 했는데, 그건(빚이 많은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고 했다. ‘월급 기부’도 비슷하다. 크지 않은 키와 짧게 깎은 헤어스타일도 닮았다.
‘옥탑방 원순씨’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박 시장은 “책상 위 보고서는 2차원의 현실밖에 보여주지 못하지만 시민의 삶은 3차원이다. 직접 시민 삶 속으로 들어가서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발굴해내겠다”고 했다. 현장은 중요하다.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이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옥탑방을 ‘쇼’라고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21세기에 19세기 식 브나로드(민중속으로) 운동을 하느냐는 비아냥도 있다.
때론 쇼가 필요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성과다. 지속가능성이다. 진정성 있는 희생과 봉사다. 3연임 제한으로 박 시장은 4년 후엔 서울시장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그래서 그의 움직임을 대권을 향한 물밑 작업으로 보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지방선거 이후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주요 광역단체장 인터뷰에선 대권에 관한 질문이 빠지지 않는데 모두 “시정·도정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박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민생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잠롱은 92년 임기를 2년 남기고 시장에서 물러났는데,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기 위해서였다. 이후 의원이 되고, 부총리도 됐지만 시민의 마음은 멀어졌다. 96년 방콕시장 3선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박 시장의 행보가 대권을 향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민생을 위한 순수한 열정이길 바란다.
염태정 내셔널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