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 정말 급할 게 없다.”(16일 CBS 방송과 인터뷰)
“미사일 엔진사이트는 어떻게 됐나. 왜 협상 진전이 없나.”(21일 워싱턴포스트 보도)
북한과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얼굴 중 어느 쪽이 진짜일까. 워싱턴포스트는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협상에 정신이 사로잡혀 있고 매일 보좌진들에게 진행 상황을 확인한다”며 “언론의 비판적 보도와 함께 협상에 진척이 없다는 데 좌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주말 보좌관 회의에선 협상에 새로운 긍정적인 진전 사항이 전혀 없다는 점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 보좌진 6명, 국무부 관리들과 외교관들이 익명으로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대북 협상의 속내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ㆍ미간 회담이 매우 잘 지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홍보에 열중하지만 사석에선 즉각적인 진전이 없는 데 화를 내고 있다.
WP, 유해송환ㆍ동창리폐쇄 안 되는데 좌절
북 협상대표 김영철 "권한없다" 지연전술에
'스파이 대신 협상가' 이용호 외무상 교체론
미 정보기관 관리들은 ‘강선’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핵심 시설들을 숨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지적했다. 외교관들은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3차 방북 이후 후속 회담은 취소한 채 더 많은 돈을 요구하며 기본적인 통신망조차 유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협상가들은 북한 협상팀의 지연 및 혼란전술이라는 완강한 저항에 직면한 상태라고 한다.
분노한 트럼프의 모습은 직전 CBS 방송과 인터뷰와는 정반대다. 그는 인터뷰에서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심지어 우리가 만나기도 전에 미국인 인질 석방을 매우 빠르게 조치했다. 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며 “나는 김 위원장 본인을 위해 굉장히 똑똑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는 수십 년 동안 계속돼 왔기 때문에 나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진짜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그사이 보이지 않는 막후에선 매우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 6~7일 3차 방북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상대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게 비핵화의 리스트ㆍ시간표와 유해송환 등의 구체적인 이행 약속을 받으려고 했지만 김 부위원장은 “아직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약속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신문에 “북한에서도 김영철 부위원장에서 이용호 외상으로 협상 대표 교체 논의가 있는 것 같다”며 “이용호 외무상은 비핵화 협상에 밝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반면 김영철은 협상가가 아닌 스파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