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천공항의 활주로 청소에만 122일이 소요됐다고 하는데요. 얼핏 깨끗해 보이는 활주로를 이렇게 열심히 청소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항공기 착륙 때 활주로에 녹아 붙는 타이어 찌꺼기 때문입니다.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비행기 착륙 때 마찰로 타이어 녹아
한대 당 평균 454g 고무 찌꺼기 추정
인천공항, 지난해 찌꺼기 52톤 수거
90㎏짜리 B737용 타이어 573개분
찌꺼기 청소 안 하면 활주로 홈 막혀
착륙 때 항공기 미끄러짐 등 사고 위험
활주로 하나 청소하는데 30일 소요
강력한 물 뿜는 8억대 특수차 활용
또 연간 청소 작업으로 수거하는 고무 찌꺼기는 평균 44톤인데요. 인천공항이 바빠지면서 고무 찌꺼기양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4년 41.2톤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51.6톤으로 늘었습니다.
비행기 타이어의 무게는 작은 기종인 B737용이 90㎏, A380용은 120㎏가량 되는데요. 이를 적용하면 1년에 B737용 타이어는 573개, A380용은 430개가 인천공항 활주로에 녹아 붙는 셈입니다. 타이어 가격이 대략 100만원 대인 걸 고려하면 5억원을 넘는 규모입니다.
참고로 이 가격은 추정치일 뿐 정확한 내역은 알기 어렵습니다. 항공사별로 타이어 공급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가격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넣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상세한 시장 가격은 별도로 없다는 게 항공사들의 설명입니다. 바퀴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휠은 개당 2000만원이 넘습니다.
이처럼 착륙 때마다 녹아내리고, 강한 충격을 받기 때문에 항공기 타이어는 기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2~3개월 사용 후에 교체한다고 하네요. 물론 운항 거리가 길어 상대적으로 착륙 횟수가 적은 기종은 4~5개월 단위로 타이어를 바꾸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찌꺼기를 제거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통상 활주로에는 착륙시 미끄럼을 방지하고, 빗물이 잘 빠지도록 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홈을 파놓습니다. 이를 그루빙(Grooving)이라고 하는데요.
이 홈에 타이어 찌꺼기가 쌓이면 빗물이 잘 빠지지 않고, 바퀴와 활주로 사이에 수막이 형성돼 자칫 비행기가 미끄러지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강력한 물줄기를 뿜어서 활주로 홈에 박힌 고무 찌꺼기를 빼낸 뒤 이를 다시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청소를 하게 됩니다. 통상 활주로 하나를 30일가량 청소하는 데 드는 비용만 약 9000만원 정도라고 하네요. 그리고 수거된 고무 찌꺼기는 환경법에 따라 폐기물 처리를 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