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이해찬은 정치 참여를 주저하던 문 대통령을 민주당에 끌어들여 집권 발판을 마련해 준 킹 메이커다. 2011년 이해찬은 문재인을 포함한 친노 세력과 함께 ‘혁신과 통합’ 그룹을 만들어 손학규가 당권을 쥐고 있던 민주당을 공략해 접수했다. 그 결과 문재인은 이듬해인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갔다. 권력자는 과거 자신을 키워준 선배를 파트너로 삼기 껄끄러워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해찬 빠진 가운데 3파전 공산 커
누가 돼도 수렁 … 비상한 각오 절실
송영길은 비문이었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맡아 뛰었고, 지금은 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이끌며 ‘신문’을 자처한다. 전남 고흥 출신으로 호남 표에 강하다. 친문들은 “밀지도, 막지도 않겠다. 본인 하기 달렸다”는 기류다.
최재성은 6·13 재·보선 송파을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대놓고 ‘문재인의 복심’을 자처해 논란을 불렀지만 무난히 당선됐다. 그는 ‘친문 후보’ 자리를 놓고 전해철과 신경전을 벌이다 전해철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출사표를 던져 친문 표를 접수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친문 지지층 가운데서도 열혈파인 ‘문빠’들에게 인기가 있다. 반면에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민주당을 지지해 온 전통 친노 및 온건 친문 지지층은 전해철과 그가 미는 김진표를 지지하는 이가 많다. 그래서 친노·친문 표가 어디로 몰릴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전대가 혈투로 치러질 공산이 큰 이유다. 이 밖에 다크호스로 노무현 정부 행정자치부 장관과 경남지사 출신 김두관(초선·김포 갑)이 있다. 지난 주말 열린 출판기념회에 1만 명 넘는 지지자가 몰려 만만찮은 세를 과시했다.
분명한 건 누가 대표가 되든 가시밭길을 걷게 된다는 점이다. 제일 문제가 경제다. 당분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동네북이 집권당 대표다. 출마를 고려했던 한 의원은 “솔직히 대표로 뽑혀봤자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 같아 뜻을 접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경제가 계속 나빠지면 여당은 청와대에 정책 변경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당청 갈등이 상시화되고 지지율은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 끝에 여당 대표가 1년 반 만에 다섯 번 교체됐던 노무현 정부 시절의 비극이 재연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런 만큼 민주당의 새 대표는 비상한 전략과 각오로 무장된 인물이어야 한다. 정부를 밀어주면서도 적시에 탈 없이 정책 변화를 끌어내는 정치력이 있어야 한다. 친문이니 뭐니 하며 계파와 조직으로 당선을 노리는 사람은 이번만큼은 어울리지 않는다.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