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공수가 바뀐 건 개헌과 패키지로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이 깊다. 문 의장도 18일 “선거제도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의 의미가 없다”며 “득표수에 비례하는 원칙(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국민이 동의한다”고 밝혔다. 당초 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편에 소극적이었다. 각 지역구에서 1위 득표자만 당선되는 현행 소선구제를 유지하는 게 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가진 한국당에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지방선거 후 이같은 셈법에 변화가 생겼다. 서울시의회(전체 의석 110석)만 놓고 봐도 그렇다. 민주당은 50.9%의 표를 얻었지만 102석을 확보해 전체 의석의 90%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당은 25.2%의 표를 받았지만 6석(5.5%)의 의석만 건졌다. 한국당의 거점이었던 부산시의회에서도 한국당은 36.7%의 득표를 얻었지만, 의석은 6석(12.8%)만 얻었다. 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ㆍ정의당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때문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8일 라디오에서 “지방선거를 통해서도 왜 선거구제가 꼭 개편돼야 하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줬다”며 “민주당이 전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기는 했지만, 전체 지지율의 50%를 얻고 시도의회의 90%의 의석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흐름이 2020년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성적표는 더 절망적이다. 중앙선데이가 지난 23일 지방선거 득표율을 기준으로 총선에 적용한 결과 300석 중 더불어민주당(228석), 한국당(50석), 정의당(5석), 바른미래당(4석), 민주평화당(3석), 무소속(10석) 등이었다. 한국당은 지난 총선 때 얻은 122석에 비해 의석이 72석이나 줄어든다. 바른미래당(30석)도 비례대표로만 4석을 간신히 건지고 지역구 의원 당선자는 전무하다.
야당 입장에서는 각 정당의 전체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눠 갖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원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민주당은 현행 소선구제를 유지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현재 기준으로 하면 야권은 미래가 없지만, 선거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어느 정도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개헌ㆍ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야권이 얼마만큼 뭉칠지는 미지수다. 당장 지난 7월 초 김성태 원내대표가 주도했던 개헌 연대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으로 퇴짜를 맞았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던 바른미래당도 ‘개헌연대’, ‘개혁입법연대’ 등에 대해 ‘편가르기’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