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황이 좋아서 좋은 목표를 달성하는 등 굉장히 잘하신 것에 대해 치하드린다.”(B위원)
위기의 국민연금 부실 운용위
지난해엔 전 세계가 금융 호황
미국·캐나다연금은 11%대 수익률
운용 최고기구에 투자 전문가 없어
장차관, 경제·시민단체 인사로 구성
“각 단체 추천 금융 전문가 투입해야”
해외 연기금의 실적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지난해에는 코스피 지수가 21.8% 상승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호황이었다. 지난해 노르웨이 정부연기금(GPFG)은 13.7%,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CPIB)는 11.8%의 수익률을 올렸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도 11.2%(2016년 7월~2017년 6월 기준)에 달했다.
기금운용위가 결코 자화자찬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국민연금 출신의 한 민간 자산운용업체 간부는 “그나마 7%대 수익률을 달성한 것도 국민연금이 잘해서라기보다는 그냥 시장에 묻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지난해 7월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 사퇴 이후 국민연금 최고운영책임자(CIO) 자리가 비어 있는 엄중한 상황이지만 회의록에서 위기감이나 책임감은 엿볼 수 없었다. 강 전 본부장 사퇴 이후 열린 기금운용위 회의 중 회의록이 공개된 다섯 차례 회의를 분석해 보니 회의 시간은 평균 1시간46분에 그쳤다. 두 시간을 채우지 못했다. 참석률은 더 심각했다. 평균적으로 20명의 위원 중 절반을 간신히 넘긴 11.8명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 59%에 불과한 참석률이다.
물론 과거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CIO가 공석이 되기 전인 지난해 1~6월 열린 다섯 차례 기금운용위 회의 시간은 평균 1시간43분, 참석률은 65%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짧고 굵은’ 회의도 아니었다. 중요한 수익·운용 사항에 대한 논의는 보고서로 대체되기 일쑤였고 위원들의 질문도 형식적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안건에 대한 질문이나 의문이 있으면 서면으로 제기하고 그다음 회의에서 답변으로 처리하자”(C위원)는 발언도 등장한다.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는 기금 운용과 더욱 거리가 먼 의사 출신인 정진엽 당시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기금운용위 내부에서조차 “기금운용위가 투자 전문가들의 모임이라는 느낌은 안 든다”(D위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기금운용위 외에 투자정책전문위원회·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성과평가보상전문위원회 등 산하 전문위원회들도 위원 구성과 운영 실태가 기금운용위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전문성 부족’ ‘거수기’란 비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금운용위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금융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편의 속도도 빨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금운용위가 심의하는 안건은 상당한 수준의 전문가적 식견이 없으면 판단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위원들을 전문가 집단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그게 당장 어렵다면 미국 CalPERS처럼 위원들을 전문가 수준으로 교육하거나 전문 지식을 갖춘 보좌진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단체 대표들뿐 아니라 단체가 추천하는 금융 전문가들도 추가로 기금운용위에 들어갈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며 “회의 안건도 지금처럼 복지부가 마음대로 정해서는 안 되며 기금운용위 산하에 상설 기구를 만들어 전문적으로 다루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이현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