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옆에서 기계를 돌리는 김준환(42)씨는 다니는 직장을 수시로 그만두곤 했다. 그가 마음을 잡고 열심히 일하게 된 건 6년 전 박 대표가 일자리를 주면서다. 가끔 홧김에 직장을 박차고 나가 버렸지만 돌아올 때마다 박 대표가 따듯하게 그를 받아줬다. 하지만 김씨 등이 6~7년 동안 몸담았던 남광산업은 이달 말 문을 닫는다. 이미 압출기기는 15일부터 가동을 멈췄고, 12대의 제직기 중 8대도 가동을 중단했다. 나머지 4대도 마지막 납품 물량을 생산하고 나면 베트남 등지로 팔려갈 예정이다.
[최저임금 후폭풍] 중소기업 눈물
경북 영천 남광산업 박만근 대표
지난해부터 임금 올라 사실상 적자
아내도 공장일 돕다 어깨 인대 파열
내년 10.9% 인상 소식에 폐업 결심
이 공장은 박 대표에겐 분신이나 다름없다. 젊은 시절 경산·경주·논산 등지를 떠돌며 알뜰살뜰 모은 돈에 대출(4억원)까지 받아 26년 전 금호오계공단 귀퉁이 1824㎡(551평) 부지에 공장을 마련했다. 규모는 작지만 간접적으로 대한민국 수출에도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살았다.
박 대표는 “2016년까지만 해도 떼돈은 못 벌어도 가족과 직원들이 오순도순 일할 수 있는 터전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늘어난 인건비를 벌충하려다 건강이 악화했다. 박 대표의 부인 이화님(59) 씨는 개당 7㎏이나 되는 실이 감긴 콘을 하루에 3~4t씩 들다가 어깨 인대가 파열됐다.
본인 인건비를 포기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는데 근무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소식이 줄줄이 날아왔다. 14일 정부가 2019년 최저임금을 10.9%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박 대표는 마음을 굳혔다.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6년엔 6명의 종업원에게 인건비로 1억8720만원를 지급했는데 내년엔 이보다 34% 많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4대보험·식대·개인유류대 포함). 고작 4억원대 매출을 내는 중소기업에선 지나친 인상이란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베트남에 기계가 팔리는 즉시 박 대표는 공장 부지와 건물도 처분할 계획이다. 6명의 종업원 중 4명은 이미 16일 집으로 돌려보냈다. 같은 공단 내 많은 중소기업이 남광산업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박 대표가 납품하는 원청기업도 최근 베트남·중국 생산설비를 늘리고 한국 공장 규모를 축소했다. 박 대표는 “공장 인근 식당·주유소·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예전엔 일당 8만원 정도 받고 일했지만, 지난해 최저임금이 오른 뒤에는 바쁠 때나 하루 서너 시간 일하는 이가 많아졌다”며 “실제로 버는 돈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베트남·중국에 비해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박 대표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면 친구들처럼 이미 베트남에 공장을 지었을 것”이라며 “대기업이나 사무직만 좋은 일자리인가. 오히려 우리 같은 영세 제조업의 일자리가 절실한 이도 많다”고 말했다.
영천=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