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설이 불거진 것은 이 회사의 유동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올 연말 전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만도 약 2조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미 지난해에 아시아나항공을 ‘심층관리대상’으로 편입했다.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은 올 4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올 하반기 유상증자 실시 등의 계획을 세웠지만, 최근 기내식대란 등의 이슈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액면가(5000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액면가 이하에서는 유상증자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SK, 최근 전 제주항공 사장 영입
M&A설엔 “검토 안했다” 일단 부인
유동성 위기 금호그룹 ‘알짜 항공’
호반건설·애경 등서도 인수 관심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날 서울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뒤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설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실무근”이라며 "항공산업 자체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항공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올 경우 호반건설·중흥건설·부영 등 호남지역을 연고로 하는 건설업체와 애경그룹·신세계그룹·호텔신라·한화그룹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룹이 어려워 아시아나항공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지 아시아나항공 자체로는 지난 2년간 매년 2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등 실적이 좋기 때문이다.
올 초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호반건설의 경우 지난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애경그룹은 계열사인 제주항공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6년 제주항공 기업공개로 현금을 많이 확보했지만, 기업공개 이후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아 현금이 고스란히 쌓여있는 상태다. 현재 제주항공은 3000억~4000억원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지난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에 잠시 뛰어들면서 정용진 부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신세계그룹 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17일 밝혔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