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지난 6ㆍ12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후 관영 매체들을 통해 경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연이어 공개하고 있다. 7월 1~2일 평안북도 신도ㆍ신의주행, 10일 양강도 삼지연군에 이어 이번엔 함경북도다. 중ㆍ러 인근 북쪽 지역을 동분서주하는 경제행보다. 여기엔 북한 정권 수립일인 9ㆍ9절을 앞둔 김 위원장의 조바심이 숨어있다. 올해가 70주년으로 소위 ‘꺾이는 해(정주년, 5 또는 0 단위로 끝나는 해)’인만큼 북한은 올해 9ㆍ9절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 본인도 지난 1월1일 신년사에서 2월의 평창 겨울올림픽과 함께 9ㆍ9절을 “대(大)경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성과를 보여줘야 하지만 9ㆍ9절까진 채 두 달이 남지 않은 상황이다.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대북 제재도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경제를 담당하는 간부들에 대한 질책의 수위를 높였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어랑천발전소 현장에서 “대단히 격노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벼르고 벼르다 오늘 직접 나와보았는데 말이 안 나온다”며 “최근에 당 중앙위원회는 내각과 성ㆍ중앙기관들의 (중략) 무책임하며 무능력한 사업태도에 대해 엄한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인 불만사항도 적시했다. 김 위원장은 “더더욱 괘씸한 것은 나라의 경제를 책임진 일꾼들이 발전소 건설장에는 한 번도 나와보지 않으면서도 (중략) 준공식 때마다는 얼굴들을 들이미는 뻔뻔스러운 행태”라고 경고했다.
주목할만한 것은 김 위원장이 이번에 현장 및 경제 관련 간부뿐 아니라 노동당 중앙위와 조직지도부도 거론하며 책임을 물었다는 데 있다. “내각을 비롯한 경제지도기관 책임일꾼들도 덜돼 먹었지만 당 중앙위원회 경제부와 조직지도부 해당 지도과들도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서다. 당 중앙위는 말 그대로 노동당의 핵심이며 조직지도부는 북한 주민은 물론 당 간부까지 사찰하고 감독하는 막강한 부서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당 중앙위와 조직지도부까지 작심하고 언급한 것은 문책엔 성역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