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 재판에 안 전 지사 부인 민주원(54)씨가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1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제5회 공판기일에 나온 민씨는 감정을 추스르려는 듯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비교적 담담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13일 안 전 지사 부인 민주원씨 증인 출석
민씨 "상화원 부부 침실에 피해자 들어와"
김씨 측 "계단 앞 대기…침실 안 들어갔다"
김씨 변호인 "일부 보도로 2차 피해" 호소
민씨는 “제가 잠귀가 밝은데 새벽(오전 4시쯤)에 복도 나무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실눈을 뜨고 보니 김씨가 침실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와 침대 발치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워 가만히 있었는데 잠에서 깬 피고인(안 전 지사)이 ‘지은아 왜 그래’라고 얘기하니 ‘아, 어’ 두 마디를 남기고 도망치듯 내려갔다”고 진술했다.
반대신문에 나선 검찰이 “어두운 방에서 실루엣만 보고 어떻게 그 사람이 피해자인 것을 알았느냐”고 묻자 민씨는 “1층에서 올라올 사람은 한 명(김지은씨) 밖에 없다. 몸집이나 머리 모양으로 보고 확신했다”고 답했다. 또 “피해자가 여성 지지자의 접근을 과도하게 제한해 불만이 많았고 지지자들 사이에서 피해자를 ‘마누라 비서’라 부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성협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상화원에 같이 있던 다른 여성이 안 전 지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착신전환 받아 자신의 수행용 휴대전화로 받았다고 주장한다. ‘옥상에서 2차를 기대할게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다른 일이 일어날까 우려스러워 이를 막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대기했다’는 게 전성협이 전한 김씨의 반론이다.
전성협 관계자는 “김씨는 계단에 쪼그리고 있다 깜박 잠이 들었고 안 전 지사 방의 불투명 유리문 너머로 인기척이 있어 후다닥 내려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도 입장문을 내 “피고인 측은 모든 증인 신문을 공개하면서 피해자의 평소 행실에 대한 자의적, 왜곡된 주장을 전시하고 있다. 피고인 부인의 증언을 유례없이 예고하며 또 다른 피해자 비방을 선전포고하고 있다”며 “성폭력 사건을 고발하기 위해 나선 피해자가 겪어야 하는 조각난, 가상의 모습, 가상의 스토리는 도를 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안 전 지사 측과 김씨 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재판은 ‘진실 게임’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날 민씨가 남편에 유리한 증언을 내놨지만 결국 사실관계를 특정하는 건 재판부의 몫이다. 검찰 신문에서 민씨는 “김씨가 침실에서 3~4분 동안 쳐다보고 있었다”고 했다가 재판부가 재차 확인을 요청하자 “그보다는 짧을 수 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