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페미니즘 전체에 대한 남성들의 혐오도 나타날 태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2일 ‘근거 없이 망상만 가득하던 페미니즘의 자멸을 보고 있다’ ‘세상에는 n개의 페미니즘이 존재한다더니 문제가 되니까 워마드는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하나’ 등 페미니즘 전반을 비판하는 글들이 셀 수 없이 올라왔다. ‘극단적 페미니즘’이라고 표현하든 ‘남성 혐오’나 ‘여성 우월주의’라는 수식어를 붙이든 ‘워마드’가 짧은 시간에 해낸 일이다.
‘남자인 경찰이 편파적인 수사를 한다’는 집회 계기도, 대통령에게 ‘재기(자살)해!’라고 외친 뒤 “재기(再起)하라는 의미였다”고 궁색한 해명을 한 일부 참가자들도 우리가 시선을 둬야 할 곳은 아니었다고 믿는다.
과격한 일부의 일탈이 본질을 가리길 바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성체 훼손 같은 과격한 혐오 표현이 계속된다면 혜화역을 메운 대다수 여성의 진의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다.
‘미러링’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신문을 뒤덮고 있지만 본질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똑같은 방식으로 모욕하고 희열을 느끼자”는 유혹을 넘어 사회 전반의 반성과 성찰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어렵지만 성숙한 과정을 겪어야만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다. 혐오는 그저 혐오만 낳을 뿐이다.
송우영 사회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