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종·연령층의 고용 부진에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있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원래 생각보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먼저 드러나고 있다.”(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동연 “고용 부진에 최저임금 영향”
홍종학 “최저임금 부작용 먼저 나와”
정부 내 ‘소득주도 성장’ 균열 조짐
한은, 올해 성장률 3% → 2.9%로
기업 정책도 성장쪽으로 변화 감지
문재인 정부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지난해 4년 만에 달성한 3% 성장이다. 올해 역시 3%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통화정책을 주관하는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9%로 낮췄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전망(2.9%)보다 0.1%포인트 내린 2.8%로 수정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 공동휴업 등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진한 고용·경제 지표에 경제 정책의 미세조정 신호가 감지된다. 홍 장관이 먼저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순방을 수행 중인 그는 전날 최저임금 수준을 묻는 질문에 “지금 (인상)속도가 맞지 않아 돈이 돌기 전에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2일 긴급 경제현안간담회를 주재한 김 부총리도 기자들과 만나 “경제 상황과 고용여건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을) 신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집권당 원내대표로서 고용 부진에 대해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후 김 부총리가 홍 원내대표를 찾아 고용 대책 등을 논의했다. 악화한 지표와 예상치 못한 집단 불복종에 당황한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정책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인도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회동을 가졌다. 이를 두고 기업 정책의 목표가 ‘재벌 개혁’에서 ‘성장’으로 ‘우클릭’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재벌 개혁 ‘집도의’격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먹고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다”며 경제 성과에 무게를 두는 말을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런 정책 선회 움직임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산업 전반의 구조개선에 소홀했던 결과”(홍영표 원내 대표)라며 부진한 지표를 ‘전 정권 탓’으로 돌리고 있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실패했다는 게 수치로 증명됐다”며 “이제라도 투자 활성화와 성장 잠재력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