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유기견 문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애완견’을 벗어나 주체적 자아를 가진 생명체로서 개들이 추구할 행복은 어떤 것일지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이 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건 2003년 ‘원더풀 데이즈’(감독 김문생‧박선민) 이후 15년만. 전작의 흥행과 목소리 연기한 배우들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개막작 예매 오픈 9초 만에 전석이 매진될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떠돌이 개 모험 그린 애니메이션 '언더독'
'마당을 나온 암탉' 감독 7년만의 신작
이효리·이상순 닮은꼴 캐릭터 깜짝 등장
동명 동화가 바탕이 된 전작과 달리 이번엔 오리지널 각본이다. TV에 나온 유기견 보호소에서 얼굴이 뭉개진 채 버려진 시추를 보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강산을 가로지른 웅장한 모험담엔 유기견들이 주인에게 버림받았단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개공장(공장식 번식장)에서 고통 받는 잔혹한 현실도 새겼다.
“버려진 생명체에겐 그런 현실이 팩트니까 표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개농장을 취재했는데 갇힌 개들의 모습이 너무 슬펐어요. 뭉치를 ‘보더콜리’ 종으로 정한 이유도 있죠. 굉장히 활달한 사냥견종이어서 아파트에서 키우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인데 강아지 때 귀엽다고 구매‧입양해놓고 커지면 감당 못하는 사람이 많아서예요.”
그는 “전작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은 흥행하기 힘들다는 인식 탓에 투자받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언더독’은 올해 하반기 극장에서도 개봉할 예정. “‘언더독이 잘되면 픽사‧지브리 같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만들어 극장용 영화로 인정받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데 힘쓰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언더독’에는 가수 이효리·이상순 부부와 닮은 꼴 캐릭터도 나온다. 제주도에서 반려견 5마리와 반려묘 3마리를 키우는 부부는 제작진의 취지를 반기며 캐릭터 사용을 허락했다. ‘언더독’은 개막식에 이어 13일에도 상영된다. 12일 포문을 연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오는 22일까지 부천시청, 한국만화박물관 등 경기도 부천 일대에서 개최된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