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해송환 회담 4시간 바람 맞힌뒤, "장성급으로 높이자"

중앙일보

입력 2018.07.12 19:29

수정 2018.07.1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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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 묻혀있던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해 12일 예정됐던 회담장에 북한이 아무런 통보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북한은 오는 15일 회담의 격(格)을 장성급으로 높이자는 제안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 측이 회담 자리에 오지 않아서 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당국자들과 유엔군사령부 관계자들이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께까지 4시간 가량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소회의실(T3)에서 대기했지만 북측 인사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측 인사들은 오후 2시를 넘긴 직후 회담장에서 철수했다.
 

교황청 외무장관인 폴 리처드 갤러거 대주교가 판문점을 방문한 5일 판문점에서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유엔사령부 측은 북측에 전화를 걸었고, 북측은 15일에 장성급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고 한다. 북측은 전화 통화에서 "유해송환 문제를 협의하는 격(格)을 높이자"라는 취지로 회담을 제의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측은 유해송환 절차를 조기에 타결할 목적으로 미군 장성이 회담에 나오길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 "북한군과 미군 장성이 회담 대표로 참석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미 국방부의 회신이 와 봐야겠지만 일단, 유엔사 측에서도 북측에 긍정적인 의사 표시를 했기 때문에 15일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북한군-유엔사 간 장성급회담은 2009년 3월 개최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이번에 회담이 성사되면 9년 만이다. 이를 계기로 북한군-유엔사 간 회담 채널이 완전히 복원될지 주목된다. 특히 아무런 설명없이 회담장에 나타나지 않은 뒤 격을 높이는 식으로 회담을 제안한 건 유해 송환에 무게를 더하겠다는 뜻인 동시에 북한 비핵화를 위한 본게임을 앞두고 길들이기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군 유해 송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회담 성과로 발표했던 사안이다.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달 6∼7일 평양을 방문한 뒤 그 결과를 발표하며 12일께 판문점에서 유해송환 실무회담이 열린다고 예고했다. 단 북한이 날짜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