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학교 3학년인 A군(16)이 대구 2·28 기념 중앙공원 앞에 설치된 소녀상의 머리 부위를 돌로 수차례 내리쳤다. A군은 또 소녀상의 가슴·배를 더듬었다. 이 모습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고 A군은 직접 인근 파출소를 찾아 자수했다. 경찰은 A군의 부모에게 이를 통보한 뒤 집으로 돌려보낸 상태다.
소녀상을 건립한 대구평화의소녀상건립범시민추진위원회는 A군에 강력 대응할 방침이지만 처벌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대구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소녀상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며 “소녀상에 흠집이 났으면 재물손괴죄를 적용하겠지만, 추행이라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처벌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자상을 강제철거하는 과정에서 일본 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까지 훼손된 상태다. 박 본부장은 “경찰이 노동자상 주위에 있던 시민단체 회원들을 소녀상 쪽으로 미는 바람에 소녀상이 앉아있던 의자와 옆 의자를 고정하고 있던 고정핀 2개가 훼손됐다”며 “이 부분도 같이 손해배상 청구할 지 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동상을 설치한 시민단체가 동상을 훼손한 가해자를 찾더라도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진 경우는 없다. 지난해 8월 30대 남성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설치된 소녀상을 칼로 긁고, 소녀상 앞에 있던 꽃 항아리를 깨부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30대 남성은 지적 장애인이었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는 1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경찰 수사로 가해자를 찾았지만 지적 장애인이어서 손해배상과 처벌을 요구하지 않았다”며 “재발을 막기 위해 소녀상의 의미를 적어놓은 ‘다짐비’를 시민단체 회비로 지난 10일 설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의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은 공공조형물로 지정되지 못한 상태다. 소녀상 건립을 추진한 시민단체는 부산시의 공공조형물 등록에 관한 조례가 ‘기부채납’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공공조형물 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 기부채납하면 부산시가 소녀상을 이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6월 30일 ‘부산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이 마련됐지만, 소녀상은 공공조형물이 아니라 불법 점유물이어서 부산시가 관리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자체의 수장이 어떤 정치적 이념을 가졌는지에 따라 소녀상 관리에 뜻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며 “전국에 100여 개가 넘는 동상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체계가 마련돼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