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종교적 병역거부자들 중 구속된 사람은 김씨가 유일했다.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 인신이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됐던 김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처벌받아야 하는가’라는 사회적 논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대법원은 왜 김씨를 풀어준 걸까.
종교적 병역거부, 2심서 법정구속 김씨
보석 신청 안했는데 '직권 허가' 결정
8월 30일 전합 공개변론 앞둔 대법
"전향적 판단 예고편 성격" 분석도
양심적 병역거부, 대법원 판단 달라지나
헌재 결정 이후 병역거부자에 대한 국가기관 등 사회 전반의 시선이 달라졌다. 병무청은 자발적으로 대체복무제 도입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입영을 연기하는 지침을 각 지방병무청에 하달했다. 시민단체들도 병역거부자들의 처벌을 반대하는 시위를 잇달아 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확정 판결을 받지 않은 김씨가 인신 구속 상태로 있는 것이 대법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대법원 공개변론이 두 달 안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재판부가 불필요한 논란을 직접 종식하려고 직권 보석허가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중앙지법 판사는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는 일부 무죄를 선고하는 판사를 제외하면 하급심에서는 일률적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다. 재판부의 판단에 달렸지만 법정구속은 사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고 했다. 최진녕 변호사는 “국가안보 등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과거 정부에서의 대법원이라면 보석을 신청하지도 않은 김씨를 직권으로 풀어주진 않았을 것”이라며 “헌재 결정 이후 대법원의 판단도 과거와 달라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첫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불러오진 않겠지만…"
오는 8월 30일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공개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이번 보석 결정이 대법원의 전향적 판결을 예고하는 ‘시그널’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고법원 지위를 놓고 헌재와 미묘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대법원은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과 관련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헌재가 양심적 병역거부 헌법소원 사건 선고와 관련해 구체적 일정조차 공개하지 않은 시기에 대법원이 이를 외부에 알린 것이라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선수를 쳤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제비 한 마리가 봄을 불러오지는 않겠지만, 봄이 올 것이란 신호는 될 수 있다”며 “이번 보석허가 결정이 대법원의 판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김씨는 지난해 5월 8일 충남의 자택에서 신병교육대로 입소하라는 소집통지서를 받았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1단독 김춘수 판사)는 김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도주 등의 우려가 없다”며 법정 구속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형사1부(부장 심준보)는 항소를 기각한 뒤 김씨를 법정구속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