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건 다 빌리는 미국 … 한국은 출발선서 삐걱

중앙일보

입력 2018.07.11 00:02

수정 2018.07.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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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가 미국 전동스쿠터 스타트업 라임에 투자하며 급속도로 커지는 스쿠터 공유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라임의 스쿠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 [중앙포토]

우버가 전동스쿠터에까지 손을 뻗쳤다. 자동차에 그치던 차량 공유 서비스가 스쿠터·자전거 등 생활 속 모든 교통수단 전반으로 넓어지는 분위기다.
 
우버는 9일(현지시간) “미국의 전동스쿠터 스타트업인 ‘라임’과 손잡기로 했다”며 “구글 벤처스(GV·구글의 벤처캐피털 회사)가 주도하는 3억3500만 달러(약 3700억원) 규모의 투자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라임도 이날 “이제 우버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라임의 전동스쿠터를 빌릴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 유치 성공으로 라임의 기업 가치는 11억 달러(약 1조2300억원)로 뛰었다.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 서부 지역에서 전동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 라임은 지난달부터 프랑스·스위스 등 유럽으로도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우버, 스쿠터 공유 서비스 진출
라임에 3700억원 투자 사업 합작
자전거 공유 ‘점프바이크’도 인수

운수법에 묶인 국내 차량공유 업체
직원 70% 해고, 사실상 사업 접어
전동스쿠터도 규제로 운행 못해

구글과 우버의 참여로 올 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전 세계 전동스쿠터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라임과 더불어 ‘버드’라는 스타트업이 공유 전동스쿠터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4월 창업한 버드는 현재 시장 가치가 20억 달러(약 2조2300억원)가 넘으며 역대 최단 기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이 넘는 스타트업)이 됐다.
 
시속 24㎞까지 달릴 수 있는 전동스쿠터는 스마트폰 앱을 다운로드하고 스쿠터 기계에 QR코드를 스캔해 이용할 수 있다. 30분을 이용하는 데 2~3달러(약 2200~3300원)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고, 매연을 뿜지 않고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우버처럼 자가용 승용차를 비롯해 자전거·전동스쿠터 등 각종 교통수단을 공유하는 라이드셰어링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최근 들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버는 라임 투자에 앞서 지난 4월 미국 6개 도시에서 자전거 공유 사업을 하는 ‘점프바이크’를 인수하기도 했다. 우버의 경쟁자인 ‘리프트’도 비슷한 시기에 미국 최대 자전거 공유 업체인 ‘모티베이트’를 인수했다. 차량 공유 사업으로 경쟁하던 두 회사가 동시에 공유 전기자전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대니얼 스펄링 UC데이비스 교수는 CNN에서 “차량 공유보다 공유 전동스쿠터·자전거 사업이 더 빠른 속도로 클 것”이라며 “우버가 우리 집 문 앞까지 모든 교통수단을 소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공유업체 ‘그랩’은 지난 3월 우버의 동남아 사업권을 인수한 후 최근 들어 자가용 외에 오토바이·자전거·버스 등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쿨버스 ‘그랩 셔틀’, 노약자를 위한 ‘그랩 어시스트’, 영유아가 있는 가족들을 타깃으로 하는 ‘그랩 패밀리’ 서비스까지 나왔다.
 
여러 방식의 라이드셰어링이 생활 속에 자리 잡는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관련 시장이 규제에 묶여 제대로 태동하지도 못하고 있다. 우버는 2013년 한국에 진출했으나 택시 업계와 정부가 우버 영업 차량을 ‘불법 택시’로 고발하며 2년 만에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2016년 5월 국내 자본으로 설립된 차량 공유 스타트업 ‘풀러스’는 네이버·SK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지만 지난달 직원 70%를 해고하면서 사실상 서비스를 접는 분위기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곤 이들의 영업을 금지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운수법) 때문이다.
 
전동스쿠터도 규제에 묶여 있다. 국내 도로교통법상 인도나 자전거 도로에서 타면 불법이다. 그러나 속도 제한이 시속 25㎞라서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달리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자동차보험 가입이나 번호판 발급도 불가능해 사고가 발생해도 개인이 보상받기 힘들다.
 
중국에서 빠르게 크고 있는 공유 자전거 시장도 한국에선 맥을 못 춘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따릉이’ 외에도 오포·모바이크 등 글로벌 공유 자전거 기업들이 국내에 속속 진출했지만 헬멧 필수 확보 등 여러 규제에 묶여 실적은 좋지 못하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