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에는 커피전문점 이디야의 한 가맹점에서 근무하던 아르바이트 여성 근로자가 혜화역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갔다 왔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네티즌은 회식 중 점주에게 “혜화역 시위에 갔었다”고 하자 “이제 출근하지 말고 알바 대신 중요한 시위나 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이디야 본사 측은 “가맹점주가 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근무자는 이를 받아들였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뉴페미니스트 엇나간 혐오
‘탈코르셋’ 올린 유튜버 악플 시달려
지방선거 땐 28세 신지예 벽보 훼손
청소년 페미 학폭 경험담 3000개
2005년 호주제 폐지 때도 거센 반발
“성 갈등 넘어 소통하는 운동 필요”
소비자 다수가 남성인 게임업계에서는 이런 일들이 오래전부터 계속됐다. 2016년 넥슨에서는 게임 ‘클로저스’의 신규 캐릭터 목소리를 맡았던 성우 김자연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여성 혐오 반대 사이트인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 인증샷을 올렸다는 이유로 교체돼 논란이 됐다. 게임 제작사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는 지난 3월 게임의 원화 작가 B씨가 여성단체 계정을 구독하고 ‘한남’(한국남자)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는 글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B씨와 징계성 면담을 진행한 뒤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트위터에서는 “시대착오적 사상 검증”이라는 비난이 쇄도했고 김 대표는 결국 사과문을 올렸다.
10대 청소년 사이에서는 SNS에 ‘#청소년페미가_겪는_학교폭력’ 해시태그를 달고 피해 사례를 폭로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된 이후 3000개 가까이 경험담이 올라왔다. 주로 남학생들이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여성혐오 표현들에 대한 고발과 교내에서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겪게 되는 폭력에 대한 글이 많다. 트위터에 글을 올린 한 학생은 “친구와 페미니즘 동아리 홍보물 20장을 전교에 붙였는데 그중 19장이 사라지고 나머지 한 장에는 ‘김치×, 삼일한(여자와 북어는 3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는 뜻), 메갈×’ 등의 욕들이 적혀 있었다”고 털어놨다.
17년째 성폭력 예방 강사로 일하고 있는 손경이(47)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전문강사는 “요즘 강의에 들어가면 ‘무고죄도 있는 것 아닌가요?’ ‘꽃뱀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 ‘공격을 위한’ 질문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반발들을 볼 때마다 왠지 ‘너 예전엔 착했는데 왜 이렇게 변했어?’라며 여자친구를 원망하는 전 남자친구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페미니즘 운동이 거세질 때마다 반발 심리는 늘 따라붙었다. 한국은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된 이후가 대표적이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당시 ‘이만큼 내주면 된 거 아니냐’는 반발과 함께 역차별론이 급부상해 여성운동이 크게 위축됐다”고 전했다. 20세기 초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을 주장하는 ‘서프러제트’ 운동이 일어났을 때도, 1960년대 미국에서 제2세대 여성해방 운동이 등장했을 때도 여성에 대한 낙인과 폄하 여론이 들끓었다.
전문가들은 “페미니스트들이 바라는 사회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성별 갈등을 부추기는 운동 방식을 넘어선 소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갈등을 단순히 ‘남혐 대 여혐’의 프레임으로 보는 건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보며 느끼는 불쾌함은 여성들이 사회 전반의 여성 혐오로 느끼는 위협들과 비교할 수 없다”며 “이 두 혐오가 나란히 붙어 마치 동등한 것처럼 여겨지는 착시가 발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홍상지·성지원 기자 hong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