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2회 넉 점을 뽑아내며 4-0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선발 김민우가 6회 말 로맥과 최정에게 연속타자 홈런을 내주면서 4-2로 쫓겼다. 이어진 공격에서 2사 만루가 되면서 전날 역전패가 재현될 수도 있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한용덕 감독의 선택은 우완 이태양이었다. 이태양은 나주환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해 고비를 넘겼다.
8일 인천 SK전 2.1이닝 무실점 호투
선발 경험 덕에 긴 이닝도 잘 소화
사실 시즌 초반만 해도 이태양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2014년 이후 줄곧 선발로 뛰었지만 구원투수로 보직을 변경해야 했다. 시범경기 내용은 최악이었다. 3경기에서 3과3분의2이닝 동안 6실점(2자책)했다. 결국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하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한용덕 감독은 "공격적인 투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개막 일주일 만에 1군에 올라온 이태양은 달라졌다. 추격조로 시작했지만 조금씩 이기는 경기에 나가는 비중이 늘어났다. 4월엔 8경기에 나가 승이나 홀드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5월엔 10경기서 1승, 1홀드를 올렸다. 6월엔 13경기에서 1승4홀드를 올렸다. 35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2승6홀드, 평균자책점 2.72. 이젠 이태양이 없는 한화 불펜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1과3분의1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도 14번이나 된다. 이태양은 "선발로 던졌기 때문에 긴 이닝을 던지는 건 문제없다. 사실 처음에 1군에 왔을 땐 '하루만 버티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일주일만 버티자'가 됐고, 여기까지 왔다. 팀 분위기가 좋고 나도 성적에 힘을 보탠 것 같아 즐겁다. 우리 선수들 모두 야구장 나오는 걸 즐기고 있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서 이태양은 이닝을 마무리하면서 살짝 주먹을 쥐었다. 그는 "너무 동작이 크면 동료들이 놀릴 거 같아서였다"고 웃으며 "게임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표현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불펜투수의 매력도 조금씩 느끼고 있다. "(승리투수가 된)민우가 '고맙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선발했을 때 그런 고마움을 느꼈거든요. 선발투수의 승리를 지키고 위기를 넘기는 순간이 짜릿해요. 선발 때는 못 느꼈던 기분이죠."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