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비핵화” “FFVD” “CVID” 한·미·일 외교장관 다 달랐다

중앙일보

입력 2018.07.09 00:58

수정 2018.07.09 01:39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강경화 외교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상,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부터)이 8일 오전(현지 시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다면 전 세계가 강도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8일 도쿄의 일본 외무성 이쿠라(飯倉)공관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국 장관회담서 미묘한 입장 차

이는 북한 외무성이 지난 7일 오후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측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론이었다.  
 
관련기사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과 조찬회동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일본과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 유지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6·12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대한의 압력’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었는데 다시 등장한 것이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날 3국의 외교장관들은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한 제재를 계속한다”고 합의하는 등 공조를 확인했다.


◆CVID냐 FFVD냐=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외교장관 세 사람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모두 다른 표현을 썼다. 먼저 발언한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썼다. 반면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고 표현했고, 강경화 외교장관은 “완전한 비핵화”라고 했다. 회견에선 CVID와 FFVD의 차이에 대한 문답도 오갔다.
 
▶강경화=“우리의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다. FFVD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완화한 표현은 아니다.”
 
▶폼페이오=“차이가 없다. 단어를 가지고 따질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북한이 비핵화의 의미와 국제사회의 요구를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의 vs 출발점 vs 납치=장관들 사이엔 지난 6~7일 북한에서 열린 폼페이오-김영철 회담에 대한 강조점이 달랐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체적으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선의를 평가했다. 강 장관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고노 외상은 일본인 납치 문제에 주목했다.
 
▶폼페이오=“이틀 동안 김영철 부위원장, 그리고 그의 팀과 선의를 가지고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 우리 앞엔 어려움과 도전이 있을 것이다. 비판가들은 우리의 업적을 축소시키려 하겠지만 평화는 우리가 노력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강경화=“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은 첫 발걸음이다. 앞으로 더 생산적이며 건설적인 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고노=“폼페이오 장관이 납치 문제를 제기해 감사하다. 일본도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를 원한다.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
 
◆제재 유지엔 한목소리=세 장관은 유엔 안보리 제재 문제에 대해선 비교적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고노=“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따라 비핵화 이행 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폼페이오=“계속 강하게 시행할 것이다. 제재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때까지 진행된다.”
 
▶강경화=“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계속 유지키로 했다.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계속한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